감독 보람은 2015년 한 행사에서 네덜란드인 샬롯과 만나 친구가 된다. 어느날 보람이 샬롯에게 할머니가 한땀 한땀 바느질해 만든 생리대 주머니를 선물로 주는데, 어째 샬롯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샬롯은 초경 이후 생리대를 써 본 적이 없는 탐폰 사용자였던 것이다. 왜 한국에는 패드형 생리대가 일반적일까. 탐폰이 자리잡지 못한 이유가 삽입에 관한 여성들의 두려움 때문이라면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것은 순결주의와 과연 무관할까. 할머니는, 어머니는 생리혈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청소년들은 앞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하게 될까. 감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은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는 가깝게는 할머니 세대, 멀게는 고대의 여성들이 생리를 처리해온 방식의 변화상을 짚는 동시에, 여성의 생리를 불경한 것으로 인식해온 오랜 편견의 뿌리를 더듬는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는 데 치중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절묘한 만남은, 30년생인 감독의 외조모와 30년에 최초로 생리컵을 발명한 리오나 차머스를 나란히 조명하는 대목이다. 이는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얼마나 유구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여성의 생리를 둘러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서사의 향방에는 더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끊어지거나 잊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4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시선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