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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씨네21 취재팀 사진 오계옥 2018-01-16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팬텀> <100℃>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보고,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나날이다. 아, 내 경우에는 아니지만 다른 분들은 그러신 것 같다는 말이다. 1월이면 으레 ‘올해의 계획’ 같은 것을 야심차게들 세우니 말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새해 계획 안 세운 지가 10년이 넘었다. 어차피 안 지킬 거니까 계획 자체를 안 세운다. 나이를 강제배식받아 좋은 점은 사람이 자기 주제를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1월에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 자신을 덜 싫어할 수 있다. 그리고 인생에서 좋은 일들은 의외로 계획 밖의 우연들 속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계획을 지키는 것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재도전보다는 우연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고질병인 의지박약으로 이번에도 어차피 제3대 국정과제(공부, 다이어트, 돈 모으기)를 배반할 텐데, 그럼 2, 3월에 자신이 얼마나 싫어지겠나. 그러니 1월에도 질척거리며 지난 12월 연말 모임에서 마주했던 맛집 사진이나 보면서 이 집을 올해에 또 언제 누구랑 갈지 예약이나 하는 것이 훨씬 실속 있는 미래 계획이다.

각설하고, 아마 올해의 계획에 ‘한달에 책 X권 읽기’를 써놓은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코너가 코너이니만큼 그분들만큼은 그 계획을 꼭 지키시길 바라며, 1월의 북엔즈에서는 ‘기억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책들을 꼽았다. 따뜻했던,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렸고 놓쳐야만 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소설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은 소설가 전경린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연을 관리하는 능력’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 한 챕터의 제목이기도 하다). 전경린의 멋진 귀환이라고 할 만한 소설이다. 만화가 최규석의 <100℃>는 1987년 6월항쟁에 있었던 그분들, 아니 ‘우리들’을 소환하는 만화다. 영화 <1987>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삼켰던 관객이라면 이 만화 역시 역사적 의미 이상의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도 <팬텀>으로 돌아왔다. <스노우맨>에서는 손가락을 잃고, <레오파드>에서는 얼굴까지 다치며 고난을 겪었던 해리. 시리즈 동안 아버지를 잃고 운명의 사랑까지 잃었던 그가 오슬로로 귀환했다. 물론 이번에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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