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오니>는 동명의 전설적인 일본 호러게임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게임 속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닌 게임 바깥의 현실세계를 새로운 스토리로 풀어낸다. 영화 초반에는 음침한 지하 과학실 같은 주요 공간을 탐색하고 여러 인물들이 소문을 주고받는 등 기본적으로 게임의 진행 방식과 닮은 구성이 도드라진다. 민속학연구부 학생들은 게임 <아오 오니>의 제작자가 실제로 고향의 도라지 귀신 설화에서 게임을 착안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만나려 하지만 약속을 앞두고 제작자가 갑자기 자살해버린다. 어렵게 구한 민담의 원전 테이프마저 사투리가 심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폭우 속에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학생들은 아오 오니(푸른 귀신)의 습격을 받는다. 영화 <아오 오니>는 “잊을 뻔했던 요괴”를 파헤치려는 학생들의 순진한 호기심과 인간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도라지 괴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 괴물이 너무 강한 나머지 주요 인물들이 맥없이 증발해버리는 충격과 허탈감을 동시에 안긴다. 덕분에 갇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바꼭질의 효력은 생각보다 짧고, 길고 설명적인 대사들이 영화의 앞뒤를 채운다. 물론 관련 콘텐츠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거대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아오 오니의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오싹할 수 있다. 신체가 마구 잘려나가는 고어한 설정이 난무함에도 고전 RPG게임을 연상시키는 조악한 3D그래픽이 공포의 수위를 낮춘다. 반면 인물들의 표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점은 오히려 반전의 미스터리를 더하며 묘한 긴장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