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날짜는 시민사회의 사람들이 정한 약속이다. 편의를 위해 우리는 시간의 기준을 정했고, 시간이 쌓여 날짜가 되고 그것은 흘러 전년과 새해를 나눈다. 2017년 12월 31일 23시59분59초의 나와 2018년 1월 1일 0시0분1초의 나는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지만 우리는 나이라는 것을 먹는다. 몸은 바쁜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시간은 잘도 흘러 한해도 벌써 끝이다. 12월에는 새로 다이어리를 하나 사는 것 외에는 책의 물성을 한 것들이 죄다 무용해 보여 올해의 마지막 북엔즈에서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지 고심했다. 어디에서든 자신의 호흡으로 일상을 창조하는 여행자의 책 <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은 내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에 포틀랜드를 더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든지 결국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평범한 일상과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여유라는 것을 포틀랜드는 알려준다. 문학동네시인선 100호를 기념하는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도 이맘때의 책장에 꽂아두고 한번씩 꺼내보면 좋을 시집이다. 문학동네시인선이 그간 소개해온 시선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여쁜 푸른빛의 표지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을 지워버린 환상소설 E. T. A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도 추천한다. 독일 낭만주의 작가의 중단편을 묶은 책이며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의 62번째 작품이다. 빨리 안녕하고 싶을 만큼 고단하게 2017년을 이겨낸 사람도, 거둔 것 없이 새해가 오는 것이 아쉬워 날을 붙잡아두고 싶은 사람도 모두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