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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스맨
2002-04-16

시사실/모스맨

■ Story

아내 메리(데브라 메싱)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급작스런 사고를 당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존 클라인(리처드 기어)은, 병원에서 아내가 뇌종양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메리는 “당신은 그것을 보지 못했죠”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며, 존은 아내가 그린 나방 비스름한 괴물의 그림을 보게 된다. 2년 뒤 밤중에 드라이브를 하던 존은 뜻하지 않게 포인트 플레전트라는 마을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존은 이 마을 사람들도 메리가 봤다는 나방 모양의 거대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경찰관 코니(로라 리니)와 함께 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 Review 1967년 12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포인트 플레전트라는 마을에서 실버브릿지라는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46명의 주민이 사망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 즈음, 밝은 빛을 내는 나방 모양의 사람 또는 괴물을 봤다는 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 실화가 <모스맨>의 밑그림이다.

초현실적 존재를 긍정하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주인공을 신문기자로 삼은 건 적절하다. 그는 아내의 죽음 뒤에 가려져 있는 비밀을 풀기 위해 이 사건에 매달리지만, 상상력보다는 ‘사실 추구’라는 직업 정신에 의지한다. 그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코니 역시 사실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관. 애초 이 징조를 진심으로 믿지 않았던 둘은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차츰 초자연적 현상이 어떤 사고를 예고하는지를 알아내려 힘을 기울인다.

영화에서 말하듯 ‘나방인간’의 현현이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주인공들은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해 이 마을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는 있지만, 그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해야 희생을 막을 수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다. 때문에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주인공들의 고통은 격심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인공들의 펄떡거리는 심장 박동은 좀처럼 스크린 밖까지 울려퍼지진 않는다.

<모스맨>은 효과적인 영상 이미지로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관객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게임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한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삼았고, 객관적 눈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웠음에도 이 영화는 논리에 그닥 강한 편이 아니다. 재앙에 대한 초자연 세계의 경고인지, 죽음의 의지를 실현하는 사신(死神)인지 모호하기만한 ‘모스맨’의 실체나, 그것이 왜 이 마을에 나타났는지, 존이 왜 이 사건에 휘말렸는지 등 영화는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한 지점도 무심하게 지나쳐간다.

결국 영화는 스스로 제시한 초자연 현상에 대한 반반한 가설을 제시하지 않은 채 멜로드라마와 타협하고 만다. 물론 세상의 불가사의와 음모이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관객이라면 <모스맨>의 주제는 여전히 흥미롭겠지만.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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