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숲속 저택에 사는 넬(엘렌 페이지)과 에바(에반 레이첼 우드) 자매와 아버지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을 보내고 있을 때 서부지역 정전사태를 알리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온다. 속보가 끝나자마자 넬의 집에도 전기 공급이 끊기고 정전은 며칠째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모든 전파가 끊기고 마을에는 약탈자들이 들끓는 데다 사고로 아버지까지 사망하면서 넬과 에바는 고립무원의 상태로 저택에 머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넬의 남자친구 일라이(맥스 밍겔라)가 찾아와 자매에게 전기가 나오는 동부지역으로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넬과 에바의 의견은 엇갈리고, 자매는 헤어짐의 갈림길에 선다.
회색이 아니라 녹색으로 이루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넬과 에바는 불신과 공포 대신 자매애를 동력으로 삼아 회색 도시가 아닌 녹색 숲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이들이 대자연을 눈여겨 바라볼 때 어떤 경건함과 더불어 가장 소박하기에 아주 단단한 행복이 스며든다. 이 점에서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기보다는 오히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4)과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잦은 클로즈업과 감정을 일일이 설명하는 듯한 음악의 사용이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저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 사용되는 유사한 구도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연대를 다룬 영화만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들의 연대를 정면으로 다룬 이 영화의 가치는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주연을 맡은 엘렌 페이지가 제작까지 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