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차일드를 거쳐 비욘세가 막 솔로로 데뷔했을 무렵을 기억한다. 당시 모두가 비욘세에 열광했지만 반기를 드는 단 한명이 있었으니, 바로 김봉현씨였다. 나는 비욘세보다 아샨티를 더 좋아했다. 비욘세의 보컬보다 아샨티의 보컬이 더 좋았고 비욘세의 앨범보다 아샨티의 앨범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아샨티가 조금은 아쉬운 커리어를 보여주었다면, 비욘세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The One and Only’가 되었다. 부와 명예를 이미 얻은 뮤지션이 안일하고 평범한 음악으로 커리어를 연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비욘세는 그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팝스타라도 도전과 실험을 지속할 수 있음을, 또 그런 음악도 충분히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음을 보았다. 더불어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 음악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궁극적으로 자본과 예술이 꼭 적대관계가 아님을 확인했다. 《Lemonade》가 그 증거물이다. 가끔 비욘세의 이 ‘대단함’을 유튜브로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은 니키 미나즈와 함께한 콘서트 영상을 봤다. 영상 속 비욘세는 여성이 아닌, 그렇다고 남성은 더더욱 아닌, 마치 ‘제3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수영복 같은 것(!)을 입고 나왔지만 야하지도 않고 성적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멋있고 압도된다는 생각만 든다. 어떨 땐 그녀가 인류를 이끄는 선지자처럼 보일 때도 있다. 가수도, 디바도, 아티스트도, 여성도, 셀럽도 아니다. 그냥, 비욘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