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서른이 되는 주인공 약군(주수나)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돋보이는 커리어우먼이다. 직장 생활은 순조롭지만 약군의 마음은 공허하고, 그의 주변에서는 서른이라는 전환기를 예고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변화가 닥친다. 오랜 연인과는 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데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병세마저 악화된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해 떠나가고 그들의 대화에는 어느새 나이듦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 중요한 화두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급하게 방을 빼줄 것을 요구한다. 약군은 이사 전에 집주인이 소개해준 천락(정흔의)의 아파트에 한달 동안 머물게 되고, 파리로 여행을 갔다는 그의 집에서 예상치 못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천락은 약군과 같은 나이지만 전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이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먼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 천락의 방에는 그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오래된 음반들, 비디오테이프가 즐비하다. 약군은 천락이 대소사를 빼곡히 기록해둔 노트에서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것을 본다. 매일 약을 먹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면서도 지금 오늘의 자신을 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의 서른에게>는 직장 생활에 치여 스스로를 돌보는 데 소홀해지는 직장인에게, 특히 일과 결혼이라는 과제 앞에서 고심하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상반된 성격의 두 여성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고민들을 풀어낸다. <29+1>이라는 연극을 각색한 작품으로, 주인공이 카메라를 바로 보며 독백하는 등 연극적인 호흡을 가미해 더 신선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