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를 직접 본 적 있다. 지난 2013년 오사카 조선학교 럭비부의 활약을 그린 다큐멘터리 <60만번의 트라이>를 취재하기 위해 오사카에 출장 갔을 때다. 오사카역 앞에서 유세 차량에 오른 아베가 연설할 때마다 한쪽에선 환호성이, 다른 한쪽에선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야유 소리가 꽤 시끄러워 한참을 지켜보니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결정에 대한 항의였다. 고교 무상화는 일본 전국의 고교생들에게 수업료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하토야마 정부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인데, 아베 정권이 2012년 12월 재집권 하자마자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조선학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1970년대 중·후반 발생했던 요코타 메구미 실종사건과 관련 있다.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한겨레>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했다)이 쓴 책 <아베는 누구인가>의 3장 ‘납치’에 따르면 13살 소녀 메구미를 비롯해 일본인 세명이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아베는 납치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인이다.
제목대로 <아베는 누구인가>는 지난 10월22일 중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헌선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베 신조 탐구서다. 어린 시절 아베가 가장 영향을 받은 사람은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로(1장 사상의 뿌리), 일본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지켜본 기시는 아베의 사상적 뿌리였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나고 자란 뒤 2류대 세이케이대를 졸업해 미국 유학, 회사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아베에게 우익 정치인의 기질이 없었다. 하지만 정치계에 들어와 우익 인사들과 만나면서 기시의 사상이 개헌(6장), 위안부 문제(7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8장), 중일 관계(12장), 원전 정책(13장), 아베노믹스(14장) 등 아베의 우파 정책에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기시 노부스케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이 골프를 친 일화는 얼마 전 트럼프와 아베의 골프 외교와 겹친다). 평화를 사랑하고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친할아버지 아베 간과 역시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올곧은 정치적 신념이, 아베 신조에게는 물려지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길윤형 편집장이 번역한 <아베 삼대>(아오키 오사무 지음 / 서해문집 펴냄)과 함께 읽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