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가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신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것만큼 아티스트에게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피곤하다. 뒤따르는 모방자들과 차별화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카이고는 트로피컬 하우스 바람을 일으킨 뮤지션이다. 그가 유행시킨 트로피컬 스타일은 EDM을 넘어 빌보드와 K팝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게 뻗어나갔다. 저스틴 비버의 <What Do You Mean>에서 위너의 <Really Really>에 이르기까지 세계 음악 시장이 트로피컬 열풍에 빠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금방 획일화됐기 때문이다. 트로피컬의 상징과도 같은 일렉트로닉 플루트 사운드와 레게풍 리듬은 너도나도 쓰는 바람에 금방 클리셰가 됐다. 도화선이었던 카이고의 《Firestone》이 2014년 말에 나왔으니 겨우 2년 남짓 만에 진부해져버렸다.
그래서일까. 카이고 2집의 《Kids in Love》에는 트로피컬의 상징인 플루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레게풍의 뎀보 리듬도 희미해졌다. 그래서 ‘덜’ 트로피컬적으로 들린다. 대신에 그 빈자리를 최근 유행하는 기법들로 《Kids in Love》를 채웠다. 개성을 줄이고 동시대 유행으로 대체하니 음악이 조금 평범해졌다. 《Kids in Love》는 1집만큼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나. 전과 똑같이 했으면 더 평범하게 들렸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유행을 거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카이고의 심정은 어떨까.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선구자는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