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사기업 CJ의 ‘좌경화’를 지적하며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사진 한겨레 이종근)
박근혜 정권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CJ E&M의 ‘좌경화’를 지적하며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30일(월) 국정원 개혁위가 발표한 ‘적폐청산 T/F의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8월 27일 국정원은 ‘CJ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를 다음과 같이 바라보았다.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 <도가니> 등은 공무원·경찰을 부패·무능한 비리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입하였고, △<공동경비구역 JSA> <베를린>이 북한의 군인·첩보원 등을 동지·착한 친구로 묘사해 종북(從北) 세력을 친근한 이미지로 오도하고,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기며, △천만 관객이 관람한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토록 하는 등 지난 대선 시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정원은 영화뿐만 아니라 CJ E&M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도 꼼꼼하게 챙겨본 것으로 드러났다. △‘좌파’ 영화감독 장진에게 <SNL 코리아>의 연출·진행을 맡겨 대통령을 폄훼하고, ‘여의도 텔레토비’코너에서 대통령을 패러디한 ‘또’를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인 인물로 묘사해 정부비판 시각을 조정하였으며, △MBC 노조파업에 적극 가담했던 최일구·오상진 아나운서를 방송진행자로, KBS 노조파업을 지지했던 나영석 PD를 예능감독으로 기용하는 등 좌파 세력을 영입하고, △탁현민·김어준·표창원·진중권과 임수경 의원, 성한용 <한겨레> 기자 등을 토론 패널로 집중 출연시켜 종북좌파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지원했다고 지적하였다. 국정원은 ‘CJ의 좌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친노(親盧)의 대모’ 역할을 해온 이미경 부회장이 회사의 좌성향 활동을 묵인하고 지원한 것으로 보고, 국가정체성 훼손 등 정부에 부담요인이 되지 않도록 CJ쪽에 시정을 강력 경고할 것을 건의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사기업 CJ의 ‘좌경화’를 지적하며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CJ E&M 센터.(사진 씨네21 최성열)
한편,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의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활동에 단초를 제공하였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요청에 따라 소위 문제인물 및 단체를 선별·통보하는 등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2013년 8월 부임한 직후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 그리고 문체부 사이에서 지시와 보고가 꽤 긴밀하게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2월 20일 국정원이 김 전 비서실장에게 문예기금 지원 심사체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고, 다음날인 2월 21일 김 전 실장이 문체부에 문예기금 지원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국정원과 문체부에 지원 대상 인물을 검증하라고 지시했다. 2월 21일 이후 문체부가 국정원에 인물 검증을 요청하자 국정원이 문체부에 검증 결과를 통보했다. 국정원은 그렇게 검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3월 19일 김 전 실장에게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것과 별개로 경찰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이 있는지 검증하도록 지시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박찬욱·봉준호·이창동·정지영·류승완 감독, 배우 문성근·문소리·김규리 등 영화인 104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 249명이 그렇게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고, 박근혜 정부는 이 블랙리스트를 지원을 배제하는 데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