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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마린보이> “나는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고, 남편이니까!”

물감을 푼 듯 새파란 물속에서 잠수부가 해양생물을 채집하는 풍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같은 이미지다. 그러나 잠수부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상은 어느 정도 깨진다. 육중한 잠수복은 55kg에 육박한다. 몸무게까지 합치면 얼추 120kg에 달한다. 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물 밖으로 나오는 것도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다. 잠수부 박명호씨가 식사하는 동안 잠수복은 벽에 하나의 오브제처럼 걸려 있다. 그의 아내는 제 몸보다 큰 잠수복을 빨아 말리고 정리하는 고단한 작업을 오랜 세월 반복했을 것이다. 박명호씨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북한에서 건너온 북한 이탈 주민이다. 그는 북방한계선 인근인 남한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물질을 한다.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전작을 염두에 둘 때 감독의 이번 작품은 의외의 선택처럼 느껴진다. 전작이 일상 드라마라면 <올드마린보이>는 장르영화처럼 느껴진달까. 그러나 일상에 주목하는 태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영화는 특히 잠수부의 몸을 그리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박명호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잠수란 언제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체력 단련뿐이다. 체력 유지에 힘쓰는 그의 모습은 맨몸으로 경계선을 넘은 그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횟집을 개업한 아내가 손님이 없다며 던지는 넋두리에서는 의지할 곳 없이 홀로 버티는 잠수부의 삶이 겹친다. 인물의 내러티브를 살리는 감독의 장기가 잘 발휘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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