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예기치 않은 강도사건 때문에 살해당한 엄마 명숙(김해숙)이 되살아났다. 검사 진홍(김래원)은 “엄마가 살아나 집에 왔다”는 누나(장영남)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언제 죽었냐는 듯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고, 이를 지켜본 진홍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진홍을 본 엄마는 눈빛이 바뀌면서 칼을 들고 진홍을 공격한다. 이를 본 친척이 경찰에 신고하고, 엄마는 정신을 잃은 채 수사기관에 잡힌다. 사건을 조사한 국정원 요원 영태(성동일)는 엄마를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라고 판명한다. 좀비도 귀신도 아닌 희생부활자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 뒤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을 뜻한다. 진범에게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만 나타난다. 이 규칙에 따르면 엄마가 진홍을 공격한 것은 엄마에게 일어난 강도사건의 범인이 진홍이라는 얘기다. 진홍은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찾기 시작하고, 경찰 수현(전혜진)은 진홍을 조사한다.
<희생부활자>는 희생부활자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엄마가 죽게 된 사건의 전말이 완전히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서사는 장르의 규칙에 따라 충실히 전개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진홍이 자신의 누명을 벗거나 진범이 밝혀지면서 쾌감이 발생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엄마 명숙과 진홍 사이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의 반전이 드러난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모성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최근작 <극비수사>(2015)와 함께 곽경택 감독의 전작에서 따로 떼어볼 만한 작품이다. 감독의 작품세계에서 모자 관계, 특히 어머니를 다룬 적은 이제껏 없었다. 남성들의 연대와 균열을 주로 다뤄온 그가 아닌가. 엄마 명숙을 연기한 김해숙은 다정다감하다가도 무섭게 돌변하고, 또 뻔뻔한 모습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데, 이중에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는 얼굴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곽경택 감독의 13번째 장편영화 <희생부활자>는 죄와 용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곽경택판 <죄와 벌>’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