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좀 추천해줘.” 제일 난감한 부탁이다.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봐”, “소설 좀 추천해줘”, “요새 에세이 뭐가 좋아?” 등등의 요청은 그의 서가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무엇이며 어떤 작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지 등 취향의 폭을 좁혀가며 추천 서적들을 가름할 수 있지만 시는…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영역이다. <시요일>은 창비에서 만든 시 애플리케이션 북이다. 사실 사용해보기 전에는 무수한 시집을 욱여넣고 텍스트를 시집이 아닌 온라인으로 읽는 정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상상했다. 이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많은 시와 아포리즘이 떠다니는데 굳이 유료 애플리케이션으로 시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여겼다. 하지만 막상 이용해보니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일단 <시요일>의 인터페이스는 가독성이 높고 시 목록 정리가 간편하게 되어 있다. 어딘지 익숙한 사용감이라 기억을 상기시켜보니 이미 매일 비슷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다. 음악 온라인 서비스. 특별히 듣고 싶은 음악을 지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사이트에 접속하면 기분에, 날씨에, 취향에 맞게 음악을 무작위로 추천해주고 또 그렇게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는 음악 청취 서비스 말이다. <시요일>에는 3만3천여개의 시가 저장되어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바로 ‘오늘의 시’가 뜬다. 메뉴에 들어가면 테마별 추천시, 시인낭송, 시요일의 선택 등의 카테고리, 그리고 시인과 시집 목록이 ㄱ부터 오름차순으로 정렬되어 있다. 검색은 키워드나 태그로도 가능하고 시인과 시집 목록에서 원하는 시를 찾을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시는 SNS에 공유하거나 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다. 재미있는 영역은 ‘테마별 추천’이다. 울고 싶을 때, 혼자 있는 당신에게, 웃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은 날에… 등 기분과 현재의 상황에 맞는 테마별 시를 추천해주는데 독자가 추천한 상황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누군가의 환상이 더 사실 같을 때, 사랑이 내편이 아닐 때, 시인들의 먹방, 그래도 괜찮은 인생… 시만 있을 줄 알았는데, 시요일의 선택이라는 메뉴에는 음악, 영화, 그림, 고양이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에세이도 실려 있다.
시를 배달합니다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묻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_안현미, <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