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리즈는 작가의 사후에 발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천문학적인 가격에 작품이 팔려나가지만 정작 작가는 그 혜택을 보지 못한 인상파 화가의 작품처럼 시리즈는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저작권 수입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의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는가 하면,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을 맡은 할리우드판의 시리즈 1편은 비판 속에 사라져 후속작을 약속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밀레니엄> 시리즈가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의지로 완성되지 못했다는 사실. 시리즈는 스웨덴의 출판사와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 의해 다시 시작되었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이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잠에서 깨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란스 발데르는 컴퓨터공학자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고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자기가 개발한 기술과 관련한 편집증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만사에 의욕을 잃고 지내던 중 흥미로운 제보를 받는다. 프란스 발데르에 대한 제보, 그리고 관련해 언급되는 ‘좀 이상한 여자 해커’. 미카엘은 그 사람이 리스베트라고 생각하고 사건에 뛰어든다. 이 책 초반에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칼럼이 언급된다. 이전 3부작과 이번 책의 분기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같은 세계 안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창작자가 달라진 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다른 호흡을 지닌다. 캐릭터들이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3부의 마지막을 떠올리면 라게르크란츠의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무척 반갑고, 사건도 흥미롭다. 과학기술의 발달, 감시의 최첨단화.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활약하기 좋은 판. 스티그 라르손이 만들어냈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가 오랜 시간 함께한 파트너 에바 가브리엘손이 갖고 있다는 원고의 내용이 무엇일지도. 그럼에도 두 주인공의 컴백이 반갑다. 그들이 파헤칠 다음 음모를 기다린다.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사건
“외로운 사립 탐정이 아니야, 알로나. 그곳엔 날 도와줄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간 김에 그 해커들한테도 따끔한 맛을 보여줄 거야. 그 여자가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잠깐, 에드. 지금 ‘그 여자’라고 했어?” “응. 그 해커는 여자야!”(3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