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북엔즈의 키워드는 여전히 ‘#페미니즘#여성’이다. 영국의 작가 제시 버튼의 소설 <뮤즈>는 남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혹은 그림 속 모델로만 대상화되어온 여성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독립적인 인물이자 그 자체로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가였음을 그려낸다. 3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두고 영국과 에스파냐에 살던 두 여성이 시대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예술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화가가 주인공이니만큼 색채에 대한 묘사도 이어지는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흡사한 면모가 있다. ‘전에 없을 페미니즘 소설’로 평가받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도 반가운 책이다. 주인공 리스베트의 자매 카밀라가 본격 등장하며 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를 둘러싼 사건을 꼭 확인해야 할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도 무능하고 폭력적이며 무례한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계속해 이들과 싸우고 있고, 시리즈가 끝나도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앞서 소개한 두편의 소설이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인식을 고발하고 완전히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여성을 들여다보는 소설이었다면 다음 소개하는 책은 물성이 없는 ‘애플리케이션 북’이다. 창비가 만든 시 애플리케이션 북 <시요일>은 매일 ‘오늘의 시’를 추천할 뿐 아니라 취향에 맞는 시인과 시집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어떤 시를 읽어야 좋을지 모르는 시 문외한도, 시를 좋아해 취향이 확실한 시 애호가도 모두 만족할 만한 넓은 스펙트럼의 애플리케이션 북이다. 성평등의 논의 자체가 이제는 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마다 여전히 답답한 사건이 터져나온다.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와 그 아래에 여성을 폄하하며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려 하는 일부의 댓글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체증이 도질 것 같다. 바람은 불어왔지만 세상은 여전하다. 우리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쓰고,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