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푸 파이터스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Concrete and Gold》라는 타이틀을 내건 음반은 멤버들의 자긍심 섞인 호언장담에 고스란히 부합하는 노래들을 들려준다. 광대하고 야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하드 록 사운드가 펼쳐지면서 귓전을 강타한다. 강력하고, 강렬하다.
‘라이브한 질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푸 파이터스의 신보 《Concrete and Gold》는 내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최소 8점이다. 직접 본 푸 파이터스의 화끈한 라이브는 10점 만점. 그런데 여기서 잠깐. 몇가지 풍경들이 떠오른다. 먼저 DJ이자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의 공연에서 관객은 그가 ‘실제로’ 디제잉을 하고 있는 것인지, USB를 꽂은 채 디제잉 흉내만 내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다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또 어떤 대형 공연의 게스트로 초대된 그룹은 MR(반주 테이프)을 틀고 노래‘만’ 불렀다. 무대가 텅 비어 보여 불편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나 혼자인 듯 보였다. 대신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 실력에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노래 진짜 잘한다.”
요컨대, 이제 어린 음악 팬들은 더이상 저게 라이브인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충분히 즐겁고 재밌느냐”다. 이런 그들에게 “푸 파이터스 같은 무대만이 진짜 라이브인 거야”라고 주장하는 건,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자 교조주의 비슷한 게 아닐까. 라이브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다시 내려야 할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예전에 도래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