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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④] <굿 매너스> <판타스틱 우먼> <위기의 파리지엔>
임수연 2017-10-02

<굿 매너스> Good Manners

줄리아나 호헤스, 마르코 두트라 / 브라질, 프랑스 / 2017년 / 135분 / 월드 시네마

아나와 클라라는 인종부터 살아온 환경, 심지어 성격까지 모든 면에서 다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온 백인 여성 아나가 덜컥 임신을 하고, 일자리가 간절한 흑인 간호사 클라라가 보모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일상의 곳곳에서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해가며 가까워지고,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아나와 관계를 맺었던 남자는 늑대인간이었고, 아나의 뱃속에 있던 태아는 자신의 어머니의 배를 찢고 세상에 나온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혼자가 된 클라라는 아이를 홀로 키운다. 전반부가 여성간의 연대를 뭉클하게 보여주는 퀴어물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사춘기 늑대소년이 겪는 혼란스러움과 그를 키우는 방식을 고민하는 클라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들이 어떤 행동을 감행하는 강력한 마무리가 주는 여운이 상당하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었던 <중노동>(2011) 등을 비롯해 함께 영화 작업을 해온 줄리아나 호헤스, 마르코 두트라 콤비의 작품이다.

<판타스틱 우먼> A Fantastic Woman

세바스티안 렐리오 / 칠레 / 2017년 / 104분 / 월드 시네마

마리나는 노래하는 트랜스젠더다. 그와 동거하던 남자친구 올란도가 갑작스럽게 동맥류 증상으로 죽음을 맞이해 당황스럽다. 하지만 올란도가 사망하기 직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모두가 마리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모욕한다. 의사는 그를 부를 때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를 쓴다. 마리나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올란도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계단에서 구르며 몸에 생긴 상처마저 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마리나가 애인이 죽었다는 사실에 온전히 슬퍼하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를 향한 세상의 편견을 먼저 버텨내야 한다.

영화는 올란도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마리나가 노래 부르는 모습 또한 늙은 올란도의 시선으로 대상화되어 카메라에 담긴다. 약간 긴 도입부가 지난 후 극의 진짜 주인공이 올란도가 아닌 마리나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후 영화의 모든 요소는 마리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거울에 마리나의 얼굴을 반사시켜 타인과 함께 프레임에 담아내거나 화면의 질감을 다양하게 바꾸는 방식은 세상이 마리나를 보는 시선 혹은 마리나 스스로 혼란스러워하는 정체성을 은유하고 있다. <판타스틱 우먼>은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차가운 분위기를 집중력 있게 이어나갔다. 실제 트랜스젠더이자 가수로 마리나의 분투를 흡인력 있게 표현해낸 다니엘라 베가의 집중력 있는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리아>(2013)를 연출한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의 신작이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퀴어영화에게 주어지는 테디상을 수상했다.

<위기의 파리지엔> Montparnasse Bienvenue

레오노르 세라이 / 프랑스 / 2017년 / 97분 / 플래시 포워드

갑자기 애인과 헤어지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노아 바움벡의 <프란시스 하>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브루클린이 아닌 파리에 있고, 무용수 같은 꿈은커녕 정착해서 살 수 있는 집이나 수입조차 없다. 10년 동안 사귀었던 동거인에게 쫓겨난 그가 극도로 분노하는 이유다.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규정되어온 세월이 길었던 탓에 이제 스스로에게 남은 것이 없다고 깨달은 폴라. 그는 파리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나간다.

폴라는 30대 초반 여성의 보편적 고민을 보여준다.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폴라의 모습에서 사회에 자신을 맞추려는 직장인 여성의 모습이 비친다면, 가벼운 만남으로 엮이는 남자와의 에피소드는 비혼 여성의 이입을 이끌어낼 만하다. 신예감독 레오노르 세라이의 데뷔작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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