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의 앙뚜는 1400년 전 티베트 캄의 수도승이 환생한 린포체(린포체란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으로, 살아있는 부처로 여겨진다)다. 앙뚜가 린포체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티베트 캄의 제자들이 그를 찾아와야 한다. 국경이 막힌 상태여서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제자들은 오지 않는다. 앙뚜는 임시로 조그만 암자에서 기거 중이다. 때로는 그의 정체에 노골적인 의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앙뚜가 갖고 있는 전생의 기억도 점차 흐릿해져간다. 다행히 그에게는 스승 우르갼이 있다. 의사였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앙뚜를 돌보는 데 헌신한다. 두 사람은 티베트를 향해 멀고 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전생과 환생. 마냥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영화가 드러내는 것은 앙뚜와 우르갼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마당 쓸고 장작불 떼고 세수하고 빨래하고 친구들과 뛰노는 그런 하루들. 거대하고 고요한 풍광 속에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는 일은 무가치하다. 방송 다큐멘터리로 출발한 감독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잘 정돈되고 구성이 좋은 화면이 펼쳐진다. 몇 장면을 제외하고 카메라는 늘 상황보다 앞서 준비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고 큰 눈에 천진한 앙뚜와 주름진 얼굴로 한껏 미소를 짓는 스승이 자아내는,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관계만은 판단 불가의 진정성을 지닌 채 거기 있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국제심사위원 특별언급, 제43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 등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