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주인공(박지수)은 흉흉한 소문이 도는 전주의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돈을 아끼기 위해 과감히 내린 선택이지만 그녀는 얼마 안 가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들을 계속 겪는다. 특히 옆집은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잠을 방해하고, 어두운 표정의 고등학생 소녀(이빛나)는 당돌한 언행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한편 이 동네에 새로 부임 온 복지 담당 공무원(장소연)은 주인공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려 한다. 과연 이 아파트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김광복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사월의 끝>은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불행한 일에 휘말리는 인물들의 우울한 비극을 미스터리 장르의 화법과 함께 들려주는 영화다. 특히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비현실적 사건들을 별다른 설명 없이 과감하게 전면에 배치하는 연출은 영화의 비밀스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단지 우발적인 폭력이나 광인이 등장하는 몇개의 기괴한 에피소드만으로 120분의 상영시간에 고른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인 부모의 학대, 성폭행, 학교폭력, 가난 등에 대한 묘사는 문어체의 긴 대사로 이루어지는 등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상투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어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비록 마지막의 작은 반전을 통해 다시 한번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지만 이는 너무 늦은 시도에 그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