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 중 하나를 검정치마가 만들었다. 열심히 공연장을 다녔고, 레코드숍에서 CD를 획득하는 성취감에 뿌듯해했던 시기였다(요즘 다시 부흥기처럼 보인다). 이 1인 밴드의 리더이자 핵심 구성원인 조휴일의 목소리는 흐느적거리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홀렸다. 검정치마라는 이름도 그랬다.
그는 다작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첫 음반 이후 세장의 정규앨범을 냈지만 공백 혹은 여백이 제법 길었다. 그래서 내게는 어느샌가 좀 잊힌 음악가였다. 올봄 발매한 3집 《Team Baby》를 들은 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인쇄 감리를 볼 일이 있어서 을지로 주변을 서성이던 밤, 일을 마치고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친구에게 커피를 사들고 갔다. 퇴근을 준비하는 꽤 늦은 시각, 스마트폰에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커다란 음량으로 조휴일의 목소리가 나왔다. 1집과 2집 노래를 수없이 들었기에 대번 “새 음악이냐”고 물었다. “맞아요, 형.” 몇곡은 특히 기억이 남았는데, 가사까지 음미하기에는 을지로 주변 밤의 자동차 소리와 소음이 컸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9월 초까지 그의 새 음반만 반복하여 듣고 있다. 서울을 몇시간이고 돌아다닌 토요일 오후, 그리고 새로운 주를 맞이한 새벽까지.
분명히 ‘컨셉 앨범’은 아닌데 총 10곡의 가사와 상황이 대칭처럼 이어졌다가 흩어진다. 고향의 겨울을 이야기하고(<내 고향 서울엔>), 단단한 자신의 사랑을 말하다가(<Diamond>), 헤어진 연인과의 멈춘 시간을 읊조린다(<한시 오분(1:05)>). 개인적 경험의 발로와 함께 <Diamond>와 <한시 오분(1:05)>은 유독 반복 재생했다. 여전히 질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