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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오락영화의 신구 세대가 뭉쳤다
곽민해 2017-08-30

오락영화의 신구 세대가 뭉쳤단 사실만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영화는 웃음, 감동, 재미 중에 어떤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첫째로는 말초적인 자극 이상의 코미디가 없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캐릭터에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마의 휴일’은 은행 현금 수송 차량을 턴 세 주인공이 경찰을 피하기 위해 숨어드는 나이트클럽의 이름이다. 일찌감치 클럽 내부로 공간을 한정한 영화는 범인과 인질의 동고동락이 빚어내는 촌극에 초점을 맞춘다. 클럽을 장악한 강인한(임창정)과 진기주(공형진), 정두만(정상훈)은 정의의 사도가 된다. 불공정 계약을 일삼던 조폭을 응징하고, 재벌에 기부를 권하는가 하면, 학생은 공부를 하라며 풀어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욕설과 폭력이 수반되고, 희화화 이상의 유머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질들이 차례대로 자신이 클럽에서 나가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오디션 장면은 외모나 말씨에 대한 조롱 등 개그 프로그램이 웃음을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쉬운 방식들로 점철되어 있다. 한편 영화는 인한의 아픈 가족사와 과거 그의 무죄를 증명하지 못한 강력계 형사 안 반장(강신일)의 죄책감을 통해 감동의 드라마를 그리려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인연을 위시해 범인들에게 피자와 한우 등을 시키는 대로 대령하는 무리한 설정은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자신만의 페이소스를 만들 수 있는 배우들이 있음에도 애초에 캐릭터의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것이 문제다. 조폭영화의 여러 전형을 답습하는 태도는 고집이라기보다 안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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