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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배우] 이주연 - 뚜벅뚜벅, 천천히
정지혜 2017-08-30

이주연의 첫인상은 수수하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양념을 걷어내고 원재료의 맛을 살린 담백하고 심심한 쪽이다. 두고두고 음미해볼 여지가 훨씬 많다. 이주연은 사진 촬영이 영 어색한지 진땀을 빼는 듯 보였는데 가만히 보면 눈빛만큼은 힘이 있다. 소란스럽지 않게 묵묵히 제 몫을 거뜬히 해내는 배우가 아닐까 짐작한다. 막상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해보면 서글서글하니 상대의 말에 두손으로 맞장구까지 쳐가며 대화하길 즐긴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해 보이는데 가감이 없다. 그 자연스러움이 대화의 경계를 슬그머니 풀어헤친다.

오디션 현재 휴학 중인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한다. 13학번 동기들끼리의 단체 카톡방에 이번 오디션 공고가 올라온 걸 보고 다 같이 지원해보자는 분위기여서 나도 시도를 했다. 3차 오디션까지는 몇명 친구들이 같이 올랐는데 내가 최종 선발이 될 줄이야. 지금도 내가 합격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영화제 행사 당일에도 혹시나 동명이인이 뽑힌 게 아닌가 싶었다.

연기의 시작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셨다. 유치원도 가기 전이었는데 아빠랑 영화, 특히 만화영화를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연히 영화가 익숙해졌던 것도 같다. 고등학생 땐 소설에 빠져 살았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도 그때 읽었는데 나중에 이 작품을 영화화한 이창동 감독님의 <밀양>(2007)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소설 속 이야기가 화면에서 보여질 때 갖게 되는 색다르고 굉장한 힘이 있더라. 내가 인물에 감정이입하는 정도도 또한 달라졌다. 그런 차이를 인지하고 연기를 한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연기과로 진학했다.

이주연은 뚜벅이. 걷는 걸 정말 좋아한다. 한번 산책을 나서면 두세 시간은 기본이다. 걸으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 자체가 없어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포항에서 서울까지 9박10일간 국토대장정을 했다. 목표하는 곳에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천천히 걸어가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두고 걸어가다 보면 마음이 여유로운 삶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달팽이, 거북이를 키운 적이 있다. 움직임은 느려도 할 건 다 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

내 인생의 영화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1988). 여러 번 봤지만 볼때마다 감동 그 자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거창하거나 별난 이야기가 아닌데 이것이야말로 ‘진짜’이고 ‘진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 또는 배우 이창동, 이준익, 이윤기, 이정향, 허진호 감독님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이분들의 영화처럼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듯하지만 그 일상성 속에 무섭고 번뜩이는 뭔가가 전해지는 이야기에 끌린다. 배우로는 한석규, 김혜수, 심은하, 고현정 선배들과 작품에서 만나 작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롤모델 롤모델은 계속 바뀔 수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메릴 스트립제니퍼 로렌스. 특히 제니퍼 로렌스가 보여주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끌린다. 평소의 나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내 안의 감정을 시원하게 풀어내고 싶다. 언젠가는 진취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의 모습도 그려보고 싶다. 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강인한 역할, 매력적이다.

이주연에게 연기란 연기는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함께하는 작업임을 잊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만큼 작업하는 이들간에 공감하고 소통이 돼야 하는 것일 테고. 그 공감이 고스란히 관객에게로 전해질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 스스로가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야겠다.

심사위원 추천사

이주연 배우는 오디션 응시자 가운데서도 미래가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배우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겠다. _김태곤 감독 <굿바이 싱글>

단편영화 2016 <베스트 컷> 2016 <연중의 꿈> 2016 <윤서는 힘이 세다> 2016 <홈메이드> 2014 <거리> 2014 <내안에> 2014 <샤이닝> 연극 2017 <19 열아홉> 2015 <만선> 2013 <임이랑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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