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래퍼 투팍의 전기영화는 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기획은 거의 1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투팍의 일대기라는 무게 앞에 수시로 표류를 거듭했다. 여러 차례 감독이 바뀐 끝에 기회를 잡은 이는 베테랑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베니 붐이다. 그는 투팍의 일대기를 담되 그를 미화하지 않고 대신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할 것이라 공언했다. 사실 감독보다 중요한 건 누가 투팍을 연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전기영화는 대개 두 가지 길을 걷는다. 하나는 인물의 재현보다 배우의 연기와 아우라에 집중하는 쪽이다. 이 경우 인물의 해석에 방점을 찍는다. 다른 하나는 최대한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인물의 사소한 동작, 표정, 말투까지 재현하여 실제보다 생생하게 숨결을 부여하는 게 목표다. <올 아이즈 온 미>는 명백히 후자를 선택한 전기영화다. 그 중심에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가 있다.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의 발탁은 그야말로 스타 탄생이라 할 만하다. 4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투팍이 된 그는 TV영화 <언락>에 단역으로 출연한게 경력의 전부인 완전 신인이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뽑힌 건 소름 끼칠 만큼 흡사한 외모덕분이었다. 단지 거기에 그쳤다면 가십 정도에 불과했겠지만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화를 온전히 이끌어간다. 탁월한 해석보다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헌사를 성실히 수행하는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의 연기는 그가 일회성 스타로 머물지 않을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증거다. 그의 아버지가 투팍과 함께 음반 작업을 했고 투팍의 영화 출연작 <돌아온 이탈자2>(1992)의 O.S.T 작업을 했다는 사연을 굳이 보태지 않아도 그가 연기한 투팍은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가 되었다. 영화에 대한 박한 평가와 별개로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의 데뷔만큼은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