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타워: 희망의 탑> 촬영현장의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가운데).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하 <다크타워>)을 연출한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이름은 우리에게 아직 많이 낯설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미 세계적인 팬덤을 이루고 있다. 그는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09)과 <미결처리반Q>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다. 또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로얄 어페어>(2012)를 연출했다.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이 <다크타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그가 어릴 적부터 스티븐 킹의 팬이었기 때문. 덴마크 언어로 번역된 스티븐 킹의 책이 별로 없어서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까지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우상이 쓴 작품을 영화화하게 된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다크타워>의 미국 개봉 5일 전인 지난 7월 31일 뉴욕에서 진행한 아르셀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다크타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스티븐 킹의 광팬이다. 어릴 적부터 그의 팬이어서 대부분의 책을 몇번씩 읽었다. <다크타워> 시리즈도 두번은 읽은 것 같다. 10대 때 엄청나게 빠져 있던 작품이다. 그래서 <다크타워>의 각본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읽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작가들이 <다크타워>의 세계를 처음 시네마로 소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 후 미팅을 가졌는데,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아이디어를 모두 좋아해줘서 여기까지 왔다. 그게 2년 전 일이다.
-관객 중 원작을 읽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텐데,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일단 원작을 읽은 관객이라면 눈치챌 수 있을 만한 세세한 요소들이 많다. 원작 팬들에게는 <다크타워>가 자신의 세계 중 일부이니까. 하지만 이번 작품은 원작 시리즈의 1편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편의 내용 중 일부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원작소설 시리즈를 모두 넣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지만 <다크타워>가 원작 소설 시리즈를 영화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길 바란다.
-원작 소설의 팬이라 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 있다면.
=원작 시리즈 한편 한편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굳이 꼽으라면 4편을 고르고 싶다. 롤랜드(건슬링어, 영화에서 이드리스 엘바가 연기한다)의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인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게 깊게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나 이야기 흐름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편은 과거가 아니라 롤랜드의 현재를 다루는 작품이니까. 사실은 TV시리즈로도 <다크타워>를 준비 중인데, 운 좋게도 롤랜드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에피소드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했다.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내서 그 많은 일들을 하나.
=(웃음) 잠을 안 잔다.
-스티븐 킹은 원작 소설을 시작할 때 <반지의 제왕> 소설 시리즈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이 있나.
=당연히 원작 소설 시리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워낙 팬이니까. 스티븐 킹이 언급한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 내가 즐겨보던 영화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10대 소년인 제이크(톰 테일러)의 이야기에서 그가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모습이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현실과 판타지를 지극히 ‘리얼’하게 묘사하는 스타일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관람하던 중 <네버엔딩 스토리>(1988)가 떠올랐다.
=(웃음) 그랬나? 각본 작업 중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촬영 중 함께 각본 작업을 했던 작가가 “이 장면 꼭 <네버엔딩 스토리> 같지 않아?”라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작품을 실제로 참조하지는 않았다. (웃음) <네버엔딩 스토리>가 디즈니 영화에 가까운 밝은 판타지라면 <다크타워>는 어두운 면이 많이 강조됐으니까. 하지만 다른 세계로 간다든지 주인공의 나이 대가 비슷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웃음)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했나.
=다행히 처음부터 캐스팅에 직접 관여할 수 있었고 “매튜 매커너헤이가 맨 인 블랙 역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본을 읽으면서 매튜가 계속 생각났거든. 사실 매튜가 이렇게 악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지 않나. 하지만 맨 인 블랙은 단순한 악한이 아니라 유머감각도 있고, ‘쿨’한 캐릭터다. 캐릭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롤랜드 역에는 많은 배우들이 거론됐지만 나의 1순위는 늘 이드리스 엘바였다. 스크린 속에서 그는 진중함과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다. 배우들은 물론 스튜디오 역시 나의 선택에 전적으로 동의해줘 고마웠다.
-제이크 역의 톰 테일러와 아라켐피그넌 역의 클라우디아 김(수현)을 캐스팅하게 된 이야기도 들려달라.
=톰은 어메이징한 사람이다. 이드리스와 매튜 사이에서 연기하면서도 자기 자리를 스스로 잡더라. 제이크 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수백명을 만났는데, 운 좋게 톰을 만났다. 톰이 이드리스와 연기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둘 다 영국 출신이라서 그런지 말이 잘 통했다. 축구, 디제잉 등에 대해 얘기하더라. 나는 축구를 전혀 몰라서 둘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웃음)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나중에는 둘이 진짜 형제처럼 보이더라. 극중 캐릭터에도 완벽하게 맞았다. 클라우디아는 세트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어쩌면 그렇게 쿨한지. (웃음) 내가 보아온 배우 중 현장에 가장 빠르게, 완벽하게 집중하는 배우였다. 개인적으로 그녀와 작업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이번 작품이 영어권에서 연출을 맡은 첫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시스템이 조금 달라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덴마크영화는 저예산이 대부분이었고, 최종 결정권이 항상 내게 있었다. 반면 할리우드에서는 제작 규모가 다른 만큼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의견 조율이 관건이었다. 연출가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진정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협업이라고 본다. 또 다른 차이점은 덴마크에서는 내가 연출한 작품의 포스터 디자인이나 트레일러 제작도 직접 하곤 했는데, 할리우드에서는 담당자들이 다 따로 있다는 것이다. (웃음)
-앞으로도 감독과 작가 역할을 병행할 생각인가.
=그렇다. 적어도 지금 생각으로는. (웃음) 덴마크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 작품도 함께하고 싶다. 지금까지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각본을 쓴 것이다. 직접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감독으로서의 중압감 없이 작품 자체에 빠져들 수 있었다.
-스티븐 킹의 광팬이라고 했는데, 가장 처음 읽은 그의 책과 영화화된 작품은 무엇인가.
=<살렘스 롯>을 처음 읽었다. 8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영화는 <캐리>(1976) 아니면 <초능력 소녀의 분노>(1984)였던 것 같다. 영화화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쇼생크 탈출>(1994)이지 않을까. 마스터피스다. <샤이닝>(1980)이나 <스탠 바이 미>(1986)도 좋지. (웃음)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로버트 케네디를 다룬 작품이다.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다크타워>를 시작하기 전에 각본 작업을 이미 끝냈다. 내년 4월쯤에 미국내에서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