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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같은 자리, 다른 시간대

같은 자리, 다른 시간대. 하루 동안 한 카페의 같은 자리에 머물다 간 4쌍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자 위에 놓인 싱싱한 꽃은 점점 시들어 결국 꽃잎으로 부서진다.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정유미는 이제는 스타가 된 전 연인으로 등장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변했다고 이야기하고, 여자는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정은채가 등장하는 또 다른 남녀는 서로 존대를 하는, 약간은 어색한 사이처럼 보인다. 여자는 남자에게 뭔가 섭섭한 게 있는 것 같고, 남자는 애써 쾌활한 척 농담을 던진다. 한예리는 결혼대행 업체를 통해 김혜옥을 만났다. 둘은 일시적인 모녀 역할극을 앞두고 말을 맞춘다. 임수정은 결혼을 앞두고 여전히 서로에게 미련이 남은 남자에게 다소 노골적인 방식으로 속내를 떠본다.

김종관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정유미와 최근 그의 뮤즈로 떠오른 한예리를 비롯해 정은채, 임수정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실상은 개별 배우들의 면면보다 단편영화적인 제작 방식이 더 눈에 들어온다. <더 테이블>이 단편영화적인 면모를 띠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 속 대화와 표정을 통해 두 사람간의 보이지 않는 역사를 드러내려는 야심 때문이다. 그러나 야심찬 시도는 한계를 돌파하는 쪽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상황의 전형성에 기댄 얄팍한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 중 어떤 관점에 공감하느냐에 따라 그의 작업은 단편영화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소중한 작품으로, 혹은 여전히 단편영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숙한 작품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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