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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 우리는 질문을 계속할 것이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7-08-22

“다 기자들 전화다. (웃음)” 스튜디오에 들어온 최승호 감독은 계속 걸려온 기자들의 전화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최승호 감독을 만난 8월 14일은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전으로 예정되었던 선고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신청인(MBC 법인, 김장겸 MBC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쪽이 “영리 행위를 하기 위해 동의 없이 채권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중앙행정법원 제50민사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영화가 MBC 법인의 명예권은 물론, 김장겸 MBC 사장 등 신청인 5명의 명예권과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여 공적 인물인 신청자들에 대한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며, 신청인들은 MBC의 전·현직 임원으로서 이같은 비판과 의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지위에 있음에도 그러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자신들의 명예권이 침해되었다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승호 감독은 상식적인 판결에 대해 홀가분해 보이면서도, 개봉(8월 17일)을 앞두고 재판을 치른 까닭에 다소 피곤해 보였다.

-법원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는데.

=공영방송사의 사장과 임원은 공인이지 않나. 그들이 인터뷰를 피했는데 내가 계속 카메라로 찍은 것을 두고 초상권 침해라는 건데, 공인이 인터뷰를 피하면 언론인들은 질문을 멈추어야 하는 건가. 말이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법무법인을 고용해 마지막까지 <공범자들>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지난주 심리에서 재판부가 “모든 서류를 토요일까지 내달라. 그래야 우리가 심리를 할 수 있다”고 요청했는데도 선고 당일 오전에 추가 서류를 제출하더라. 개봉이라도 막아보자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재판이었다.

-상대방이 추가 자료를 제출했을 때 선고가 미뤄질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은 안 했나.

=결정이 늦어질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오늘 선고가 안 날 거라는 생각까진 안 했다. 선고가 늦어지면 개봉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재판부에 전달했었다. 다만, 워낙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니까 배급사 대표와 혹여나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논의했다. 상대방이 많은 주장을 하고 있는 탓에 법원이 한두 장면을 인용해 삭제, 반영하라는 내용의 선고를 내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했다. 오후 1시 가까이 다 되어서 선고가 났는데 그게 마지노선이었다고 본다. 선고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주 심리가 끝난 뒤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지 않았나.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서명을 요청드렸는데 짧은 시간에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재판에 관심을 가져줘서 무척 감사드린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많이 느꼈다. 개봉을 잘해서 이 영화가 공영방송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 보답을 해야 한다.

-판결문의 내용을 보니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저널리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전달하는 게 방송이라면 영화는 그 많은 내용들을 2시간 안에 압축하는 매체라 방송과 다르게 접근해 작업했다. 법원도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거니까 당연히 사실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공범자들>이 저널리즘이자 소통의 장이 된 거라고 본다.

-선고 전인 지난 8월 9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공범자들> 시사회에 참석해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공영방송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태의 전말을 잘 알아야 해 영화를 보게 됐다”며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언론계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말씀하신 내용 이상의 의미를 억지로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지난 9년간 공영방송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보여주지 않나. 방송통신위원장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도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이분들은 MBC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기각 결정을 통해 밝혀졌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너무 정파적인 데 치중하지 말고 객관적인 상황을 보고(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두고 “권력에 취해 공영방송사 저격수 역할을 자임했으니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내지 않았나.

=그들이야말로 방송을 장악하는 DNA가 각인된 사람들이다. ‘언론이라는 건 장악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두고 저격수 역할을 자임한다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가 집권하면 SBS <8뉴스> 싹 없애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언론 장악이라는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건지 성찰했으면 좋겠는데 안 할 것 같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VIP 시사회에 초대할 생각은 없나. (웃음)

=시사회를 포함해 앞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으니 보러 오시라고 얘기해봐야 될 것 같다.

-지난 8월 9일, MBC 콘텐츠제작국 PD 30명이 제작 거부를 했고, 10일 보도국 소속 기자 80여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

=제작 거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있으면 기술부를 포함해 다른 부서로까지 확산될 것이고, 결국은 파업까지 이뤄지리라 내다본다.

-어쨌거나 주연배우들(김장겸 MBC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 등)이 한주 동안 이슈를 주도하며 영화를 홍보해준 셈인데.

=그들도 영화를 보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지, 30년 동안 MBC에 있으면서 봐왔던 후배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보고 할 말이 있으면 하든가 해야 된다.

-개봉을 앞두고 벌써부터 지쳐 보인다. (웃음)

=지치긴 지쳤는데. (웃음) 지난 한주 동안 에너지를 많이 썼다. 지난주 금요일 법원에 갔더니 재판부의 스탠스가 이해하기 힘들 만큼 너무 중간에 있는 것 같더라. 중간이라면 이쪽인지 저쪽인지 모른다는 얘기가 아닌가. 사실 이런 성격의 소송은 우리쪽에 서 있어야 하는 게 맞다. 설사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상영을 먼저 하고 사후에 소송을 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게 맞다. 판결문을 보니 마치 명예훼손 소송처럼 내용을 일일이 따지더라. 개봉 전에 재판부에 검증을 받은 셈이다. 어쨌거나 개봉이 되면 성수기라 스크린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법원이 영화를 미리 보고 영화가 정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줬고, 그간 미리 본 관객이 재미있다고까지 얘기해줬으니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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