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를 거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빌보드 차트에서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는 록밴드가 일렉트로닉 댄스를 장착한 이매진 드래곤스라는 것만 봐도, 지금의 록밴드들이 빌보드 차트를 훑다가 어떤 마음이 들지 대충 짐작이 된다. 아케이드 파이어도 어쨌든 ‘댄스’란 화두에 대답을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2013년작 《Reflektor》는 록밴드가 최대한 클럽 댄스로 달려가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실험한 앨범이었다. 앨범 전체가 마치 ‘리믹스’처럼 들렸다. 록과 댄스의 결합으로 호평받은 프로듀서 제임스 머피를 곁에 두고 장중한 편곡을 뒤로한 채 심플한 디스코 그루브에 도전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댄스의 존재감은 훨씬 더 커졌다. 그렇다면 아케이드 파이어는 어떤 음악을 해야 했을까. 아예 드럼 머신만 써야 했을까? 신시사이저 비중을 대폭 높여야 했을까? 신작 《Everything Now》는 그룹이 반대 방향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댄스지만 전처럼 클럽 그루브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팝 멜로디의 비중이 늘고 고전적 훵크 그루브로 회귀했다. 타이틀곡 <Everything Now>가 대표적이다. 쿵’칫’의 심벌을 강조하는 건 하우스의 뿌리인 디스코의 전형이지만 거기에 아바 감성의 피아노를 얹었다. 기계적이긴커녕 포근한 노스탤지어가 감돈다. 멜로디와 편곡도 더 팝에 가까워졌다.
따라가기보단 록밴드가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댄스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저음 댐핑은 적지만 기계가 내기 힘든 휴먼 터치가 늘었다. 이 방향의 전환이 더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