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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하인드 도어>, 완벽의 이면
이다혜 2017-08-07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 아르테 펴냄

인간관계에서 ‘완벽’이 가능할까? 관계를 빼고 개인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은 있을지 몰라도 ‘완벽한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자칭 완벽한 사람이 있다 해도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완벽하다고 평가해줄까? 완벽이라는 것은 사고실험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은 누군가가 완벽한 사람이라거나 완벽한 커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 하고 눈썹을 치켜뜬다. 완벽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의구심이 커진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 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반복해 도마에 오르고 토막나는 것은 바로 완벽한 가정이라는 신화다. 주변 사람들이 약간은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치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정 말이다. 남들 보기에 완벽하다는 것은 삶의 다양한, 예측 불가한 요소를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닐 텐데, 자신의 일, 식욕, 청결에 완벽을 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있는 모두(가족)에게도 ‘그림 같은’ 상태를 요구한다면? 정말 가족 구성원 모두 완벽하게 행복한 것일까. <비하인드 도어>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자신과 남편에 대한 사람들의 낭만적인 시선에 환멸을 느낀다.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잭과 내가 싸운 적이 한번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며, 내가, 똑똑한 32살의 여성이 아이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소꿉놀이하는 데 만족한다는 말을 믿는 그들의 멍청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그레이스는 잭과 결혼한 지 1년 된 주부다. 원래는 백화점 과일 구매 담당으로 남미 출장을 자주 다녔지만 결혼과 함께 그만두었다. 그레이스에게는 다운증후군인 여동생 밀리가 있는데, 부모를 대신해 밀리와 함께 살겠다고 일찌감치 결정했다. 그레이스의 남자친구들은 밀리 문제로 부담을 느끼며 이별을 고하곤 했는데, 완벽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레이스가 첫눈에 반한, 잘생기고 사려깊으며 밀리와 함께 사는 미래까지도 완벽하게 이해하는 남자 잭. 심지어 하는 일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변호하며 패소하는 법이 없는 변호사다. 만난 지 몇달 지나지 않아 둘은 결혼하고, 두 사람은 밀리를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밀리는 기숙학교에 있고, 밀리의 방은 밀리의 바람과는 달리 노랑이 아닌 빨간색으로 칠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완벽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부부. <비하인드 도어>는 그 부부가 친구들을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레이스와 잭이 얼마나 완벽한지 주변 사람들이 칭찬을 늘어놓는 동안, 그 자리에 처음 초대받은 에스터는 완벽한 부부가 어디 있냐는 시선으로 그레이스 부부를 쳐다본다. 실제로 그레이스의 불안한 심리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그레이스로부터 잭이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그녀에게는 개인 이메일도, 핸드폰도 없다. 이메일은 남편의 계정을 함께 사용하고, 집 전화는 매번 남편이 받아 그녀를 바꿔준다. 남편이 동행하지 않는 외출은 없다. 이게 잉꼬부부라는 뜻이 아님이 곧 밝혀진다.

영화 <적과의 동침>이나 <엘르>를 본 사람이면, 소설 속 잭이 굉장히 낯익다고 느낄 것이다. 서스펜스, 스릴러물이 익숙한 독자라면 ‘완벽한 남편’이라는 설정이 등장한 순간 거기 뭔가 있다고 느낄지도. 그레이스가 과연 무사히 살아날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동시에, 잭이라는 캐릭터의 사악함에 기가 질릴 정도가 된다. 이 책이 속한 장르가 공포 아닌 서스펜스/스릴러이니 결론이 긍정적이리라 예측하면서도, 벌어지는 일에 불안이 증폭되어 책 읽기를 멈추기 어렵다. 결말은 상대적으로 맥이 빠지지만, 다 읽고 나면 분명 영화로 만들어지겠다 싶어진다. 남자주인공 잭은 조니 뎁이 연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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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이면 <비하인드 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