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었다. 나는 출간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이유는 글 쓸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과 함께 <기사단장 죽이기>를 치면 그 글을 볼 수 있는데 꽤 읽을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각설하고,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클래식, 팝, 록, 재즈 등 수 많은 음악이 등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기 음악 지식을 자랑하려고 이 소설을 썼나 싶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음악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앨범 《The River》다. 통상 이 음반은 브루스 스프링스틴 3대 걸작(나머지 둘은 《Born to Run》(1975)과 《Born in the U.S.A.》(1984)) 중 하나로 꼽힌다. CD로는 2장, LP로는 4장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소설에서 《The River》는 주인공인 ‘나’가 굳이 LP로 구입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가 LP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A면 마지막 곡 <Independence Day>를 듣고 잠시 숨을 고른 판을 뒤집어 B면 첫 곡 <Hungry Heart>를 듣는 게 ‘제대로 된 감상법’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Independence Day>는 느슨한 어쿠스틱 성향의 발라드다. 즉 LP의 한쪽 면을 ‘마무리’하는 인상의 곡이다. 반면 <Hungry Heart>는 웅장하고 힘이 넘친다. ‘새로운 시작’을 선포하려는 듯 야심으로 가득하다. 하루키의 주장이 100퍼센트 옳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LP가 없어도 좋다. 스트리밍이더라도 잠시 쉬었다 플레이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에겐 상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은가. 때로 내용에 앞서 중요한 건 형식을 갖추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