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페리(이완 맥그리거)는 틀어진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자 아내 게일(나오미 해리스)과 함께 모로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마지막 날, 페리는 우연찮게 러시아 마피아 조직에서 자금을 관리하는 디마(스텔란 스카스가드)를 알게 되고, 뜻하지 않은 부탁을 받는다. 조직의 새로운 보스 프린스로부터 위협받는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마피아 조직의 비밀 정보를 담은 메모리카드를 영국 비밀정보국에 넘겨달라는 것. 어린 딸을 살려달라는 디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전후 내막도 알지 못한 채 사건에 말려든 페리는 정보국 수사관 헥터(데이미언 루이스)와 부패한 정치인들, 그리고 마피아 조직간의 음모를 알게 되고, 사건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지경에 휘말린다.
감독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원작(<우리들의 반역자>)을 쓴 영국 스파이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이름이다. 영화는 마피아 조직과는 거리가 먼 ‘책상물림’ 페리가 ‘가족’이라는 공통분모로 디마와 정보국의 위험한 거래에 빠져드는 과정을 조밀하게 묘사하며 원작의 기운을 살려내려 애쓴다. 실제로 디마와 몰래 접선하기 위해 마피아 소굴을 찾은 페리가 목숨을 걸고 테니스 경기를 치르는 장면은 원작 못지않게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얼마나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힘들다. 복잡한 사건과 감정을 103분 안에 응축시켜낼 단호함도, 이완 맥그리거나 데이미언 루이스와 같은 훌륭한 배우들의 역량을 끌어낼 연출력도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맥없이 끝나버리는 엔딩도 영화가 원작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