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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 앤디 서키스와의 전화 인터뷰
장영엽 2017-08-02

모션 캡처 연기의 비밀? 비밀은 없다

-시리즈의 3편에서 시저는 어떤 변화를 경험하나.

=<혹성탈출> 시리즈를 통해 시저는 특별한 여정을 계속해왔다. 우리는 그동안 갈등이 일어나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되, 결정을 내릴 때에는 단호한 리더인 시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좀 다르다. 영화 초반에 시저에게 일어나는 어떤 사건 때문에 그는 개인적인 상실과 고통의 감정을 경험한다. 이번 작품 속 시저의 여정은 복수와 증오로 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이전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시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시저의 내적 갈등이 이번 영화에서 그를 연기하는 데 중요한 도전과제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번 영화에서 시저를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그의 감정적인 ‘진화’였다. 시저는 늘 대립하는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가 느끼는 개인적인 복수심과 증오심은 인간에 대한 공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시저의 모습이야말로 이제까지 봐왔던 그의 모습 중 가장 인간다워 보인다. 시저의 여정이 보다 사적인 영역으로 향하는만큼 나 역시 그를 연기하기 위해 나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시저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많이 상상했다. 이번 영화처럼 시저와 감정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인터뷰에서 시저를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 리어왕이나 글로세스터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셰익스피어를 언급한 건 우선 이야기의 스케일에 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저의 여정은 에픽적이고 신화적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유인원/인간의 전쟁과 생존에 대한 거대한 질문, 내면의 치열한 갈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이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닮았기에, 시저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리어왕과 같은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시저가 누구나 존경할 만한 영웅이면서 비극에 고통받는다는 점도 셰익스피어적이지 않나.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시저를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의 모션 캡처 연기 장면.

-이번 영화에서 시저와 갈등을 겪는 캐릭터로 대령이 출연한다. 대령을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디와 함께 연기한다는 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우리는 영화를 찍으면서 굉장히 가까워졌고, 영화 속 시저와 대령처럼 서로를 존중했다. 시저는 이번 영화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과 상실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대령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를 증오하는 만큼이나 대령이 처한 상황- 예를 들면 인간이기에 그가 대변해야 하는 종의 이해관계들- 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에 우디와 함께하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연기하기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당신은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골룸, <킹콩>의 킹콩 등 다양한 캐릭터의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여왔다. 모션 캡처 연기에 임하는 데 있어서 <혹성탈출> 시리즈만의 차별점이 있었다면.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거의 모든 순간을 연기했다는 점일 것이다. 아기 침팬지였던 시절부터 유인원으로 진화하는 모습, 유인원의 리더가 되는 모습까지 나는 시저의 삶 전체를 연기해왔다. 이처럼 캐릭터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에 밀착해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인 적은 없었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를 누구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며 사랑하는 이유다.

-모션 캡처 연기에 임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모션 캡처 연기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비밀이 있다면, 그런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비밀일 거다. (웃음) 평소 많은 배우들이 내게 모션 캡처 연기에 대한 노하우를 묻는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모션 캡처 연기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기존의 연기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모션 캡처 연기는 어차피 배우의 연기를 다른 방식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카메라 세팅과 다른 테크놀로지를 사용해서. 그렇기 때문에 흔히 기술적인 문제를 걱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캐릭터다. 의상을 입든 모션 캡처 슈트를 입든, 핵심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있는 것 같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시저를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의 모션 캡처 연기 장면.

-<혹성탈출: 종의 전쟁>까지 세편의 <혹성탈출> 영화에서 시저를 맡아왔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먼저 1편은 개인적으로 내게 무척 중요했던 작품이다. 시저라는 캐릭터가 침팬지에서 유인원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윌(제임스 프랑코)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저가 스스로 문을 열고 차에 타는 장면을 좋아한다. 단순하지만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시저가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코바가 권력을 잡은 뒤, 부상을 입은 시저와 그의 아들 블루아이즈가 부자간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좋아한다. 감정적으로 굉장히 파워풀한 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까 얘기했듯 대령과 시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인간과 유인원이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어떻게 되는 건가. 시저의 모습을 다음 영화에서도 볼 수 있을까.

=글쎄.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번 영화에서 시저의 여정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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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