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다. 덕분에 여기저기 많은 돈을 썼다. 아까워 죽겠지만 피할 수 없는 지출이니 잊으려고 한다. 새집에서의 새로운 취미는 소파에 누워 내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실컷 돌려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92인치 스크린을 샀고, 38cm 앞에서 100인치를 선명하게 쏘는 빔프로젝터를 장만했으며,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유튜브 레드에 유료가입했다. 제일 즐겨 보는 뮤직비디오는 LL 쿨 J의 <Around the Way Girl>이다. LL 쿨 J는 예로부터 투 트랙 전략을 꾸준히 구사해온 래퍼다. 이보다 강인할 수 없는 랩짱과 이보다 달콤할 수 없는 사랑쟁이. 굳이 말하자면 이 노래는 후자다. 제목인 ‘Around the Way Girl’을 해석하면 이쯤 된다. ‘어떤 도시에서 모든 남성이 친해지고 싶어 하고 같이 놀고 싶어하는 동네 여성. 그녀는 자신감 넘치고 독립적이고 똑똑하고 센스 있으며, 남성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드레스를 입거나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그리고 동네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써놓고 보니 변진섭의 <희망사항>과 비슷한 가사 내용인 것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노래의 어반-팝 사운드도 매력적이지만 더 사랑하는 건 뮤직비디오다. LL 쿨 J는 캠코더를 들고 직접 거리로 나가 여성들과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화면에는 ‘1990’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다. 옷은 화사하고 컬러풀하며 춤은 정직하게 역동적이다. 뮤직비디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와 긍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