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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돈 슬립>, 이제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김수빈 2017-07-26

정신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그렇지 못할 때, 흔히 ‘가위 눌렸다’고 한다. 가위 눌림은 ‘수면 마비’라고 하는 일종의 수면 장애다. 어린 시절, 수면 마비 상태에 자주 빠지던 베스에게 십수년이 지나 증상이 반복된다. 베스는 그때마다 같은 형상의 악귀에게 시달리지만, 귀신을 본다는 베스의 말을 모두 가볍게 넘긴다. 어느 날 밤, 배스는 잠을 자던 중 돌연사한다. 그 순간 베스의 쌍둥이 자매 케이트는 베스가 수면 마비 상태로 악귀에게 목이 졸려 죽는 꿈을 꾼다. 케이트가 베스의 죽음을 꿈에서 생생히 목격한 것이다. 케이트는 베스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수면 마비의 위험성에 대해 말한다. 그날부터 한명씩 증상을 경험하고, 이제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영화는 ‘수면 마비’라는 소재부터 몇 차례의 희생 후 악귀와 대결을 치르는 구성까지 공포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서스펜스를 쌓아가며 몇몇 대목에서 확실한 공포를 자아내거나 기발한 전략과 실행으로 악의 세력과 대결하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인데, <돈 슬립>은 어느 쪽도 성취하지 못한다. 초반부터 상황은 쉽게 패턴화된다. 중요한 대목에선 미리 화면의 톤을 바꿔버리며 공포영화의 생명 같은 ‘타이밍’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 주인공의 대응 자체도 그리 흥미롭지 않다. 수면 마비를 과학적으로 치료하려는 세력과 정신 수련을 통해 해결하려는 세력이 등장하지만 두 세력의 대비는 명확하지 않다. 내내 의식과 정신의 힘을 강조하던 이들이 정작 중요한 순간엔 의학 지식이나 도구를 활용하는 식이다.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니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도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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