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 <덩케르크>를 두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언하듯 한 이 말은 일견 사실이다. 전쟁영화 하면 나오는 전투 신, 적과 동지의 구분 짓기, 상명하복의 갈등, 멜로드라마적 정조는 없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만큼 방향은 분명했다. 전쟁과 죽음에의 공포, 생존을 향한 인간적 열망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프랑스 케르크 지역에서 진행된 연합군 구출 작전을 그린다. 때려부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공격과 방어는 없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총알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격은 있지만 그 적은 단 한번도 배우를 통한 구체적인 얼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적군 역시도 흐릿하게 처리해버렸다. 귀향하고픈 ‘사람’만이 있다.
영화는 세개의 시공간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도버 해협을 건너려는 영국군을 중심으로 한 ‘잔교에서의 일주일’, 민간 선박들의 자발적 참전과 차출이 이어지는 ‘바다에서의 하루’, 적기를 겨냥한 스피트파이어기 전투사가 있는 ‘하늘에서의 한 시간’. 전쟁의 전방위성, 시간이 길든 짧든 전쟁 공포의 상시성과 그 압도, 개별 공간을 떠난 공포의 유사성, 그 속의 다급함이 혼종, 혼재돼 있다. 게다가 이 세 시간대는 비선형적으로 만나기까지 한다. <인터스텔라> 등을 촬영한 호이터 판호이테마는 IMAX와 65mm 필름 촬영을 병행했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시각효과를 맡았던 앤드루 잭슨과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가세해 놀라운 영화적 체험을 만들었다.
대사가 많지 않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무성영화에 가깝다 싶은 장면들도 있는데 그 자리를 메운 건 군인들의 웅성임, 광포한 폭음, 물에 빠진 이들의 허우적댐, 계속되는 시계 소리 등이다. 현장의 소리가 공포의 물성이 돼 돌아온다.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을 위시한 연합군의 지휘 라인이 가동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대신 민간 선박의 선주 중 하나인 도슨(마크 라일런스) 부자가 구조의 이유와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말할 때가 이 영화가 비인간적인 현장에서 인간성을 놓치지 않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