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 다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르다. 자기만의 지옥을 품고 살고, 자기만의 천국은… 글쎄. 그래서 ‘노하우’라는 말만 들어도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성공한 방식이 정말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하 <이동진 독서법>)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말하는 독서법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다르다. 다른 부분만큼 같은 부분이 많구나. 나에게는 소설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친구가 있었다.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세상에 알아야 할 지식이 얼마나 많은데 만들어낸 이야기를 시간 들여 읽느냐고. 그 질문에 대한 이동진의 답은 이렇다. 첫째, 한번뿐인 인생에서 간접경험이라는 것은 때로 직접경험보다 더 핵심을 보도록 돕는 경우가 있다.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을 책으로 대리체험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경험을 한 것조차도 책을 읽는 일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하거나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룬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동진 독서법>을 읽다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 특유의, 책에 대해 말할 때 ‘기쁜 마음’이 전해져 온다. 이 책 2부에 실린 ‘대화’라는 제목의 인터뷰에 참여했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책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과는 책 취향이 다르고 독서법이 달라도 언제까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좋아하는가 하면, 같은 작가의 같은 책 같은 문장을 바로 떠올리고 기꺼워하기도 한다. 이것은 경험하기 어려운 행복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즐길 것이 많으니까 누굴 탓할 것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꾸준하게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끈기 있고 조리 있게 말을 이어간다. 그 ‘멈추지 않음’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동진 독서법>에서 가장 신기했던 대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책을 고르는 세 가지 방법이다. 1. 서문을 읽는다(“훌륭한 책은 반드시 서문이 좋습니다”). 2. 차례를 본다(특히 비소설). 3. 마지막으로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펼쳐 그 오른쪽 페이지를 읽어본다. 이 3번이 특히 흥미로운데, 집중해서 한 페이지만 보면(인간의 시선은 오른쪽 페이지를 더 잘 읽어낸다, 그래서 잡지 광고는 주로 오른쪽 페이지에 실린다) 책의 내용은 잘 몰라도 이 책이 나와 맞는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책은 모든 페이지가 훌륭한데 그중 3분의 2 지점을 보는 이유는, 그즈음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질 때라서란다. 최근 읽은 책 다섯권의 3분의 2 지점, 오른쪽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봤다. 신기하고도 신기하구나. 책읽기에 대해서 아직도 배울 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