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습기를 버티게 해줄 7월의 책들이 <북엔즈>에 모였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야행>으로, 줄리언 반스는 <시대의 소음>으로 돌아와 각각 자신의 장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페데리코 아사트의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스릴 넘치는 장르소설이다. 병원의 긴박한 풍경을 섬세한 문체로 담은 에세이 <지독한 하루>, 편안한 웹툰과 현대시가 함께한 <詩누이>도 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은 아련하고 부드러운 환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직접 밤의 기차를 타고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갑자기 실종된 친구 혹은 불길한 예언을 던지는 이와 마주하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팬이라면, 서늘함을 찾는 독자라면 반길 책이다.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은 실존 인물인 천재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을 그린다. 쇼스타코비치를 둘러싼 굵직한 20세기의 사건들을 기준 삼아, 그가 창작한 음악들을 단서 삼아 그의 복잡한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숨 막히는 시대 한가운데에서 “예술은 누구의 것이지?”라는 질문이 툭 하고 등장하는 순간, 쇼스타코비치가 무엇을 추구했는지 직관적으로 깨닫게 된다.
“첫 문장부터 독자를 매혹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페데리코 아사트의 소설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잘 만든 미국 드라마 시즌 하나를 본 듯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연쇄살인, 심리상담과 정신병원, 트라우마와 조각난 기억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키워드들이 장르소설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궁인 의사의 <지독한 하루>는 <만약은 없다>에 이어 병원의 긴박한 풍경을 따라가는 에세이다. 수술 및 진단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가볍지 않은 단상들과 어우러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환자의 사연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싱고의 <詩누이>는 귀엽고 다정한 그림체로 풀어낸 일상툰 에세이이자 곱씹어 읽어보고 싶은 현대시들과 함께하는 책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담담한 일상과 추억이, 기형도나 나희덕 같은 시인들의 시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