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에 대해서 외부자들이 알면 가장 놀랄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탐사전문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요리스 라위언데이크는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인 시티를 취재하며 이 질문을 여러 번 던졌다. <가디언>의 편집인이었던 앨런 러스브리저가 그에게 요청한 것은, 일종의 초보자를 위한 금융산업 가이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시티 역시 휩쓸고 지나갔다.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금융패닉이 일어나고 3년여가 지난 2011년에 이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도, 금융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수십억 단위의 돈이 들어갔지만 감옥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라위언데이크는 시티 사람들을 취재하기 시작했지만 만나주겠다는 사람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될 만한 취재는 내부고발일 수밖에 없는 상황. 철저한 비밀보장을 약속하고 녹음도 남기지 않으면서 취재 내용을 올린 블로그 게시글이 늘자 반응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묵의 규칙’이라고 부를 만한, 극도의 통제가 시티 사람들에게 있었다. <상어와 헤엄치기> 초입에 인용된 문장을 보라. “금융 내의 진짜 음모는 침묵의 소리다.”(필립 아우거, <탐욕의 상인들>)
<상어와 헤엄치기>는 2008년 금융위기를 유발한 세계 금융권의 위험요소가 과연 안전하게 제거되었는지를 탐사하는 작업이다. 2008년 당시 영국 은행가들이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실제로 총기를 비축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9·11이 해내지 못한 생활의 붕괴, 시스템의 붕괴를 그로부터 7년 뒤 금융권이 독자적으로 해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라위언데이크는, 당시 붕괴에 기여한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그런 일이 올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앞으로 마주할 붕괴도 그렇게 ‘모르게’ 온다는 뜻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라위언데이크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들인다. 왜 그들은 그렇게 침묵을 지키나? 업계 사람들이 혹시 있을 경우에 대비해 이메일을 ‘절대’ 삭제하지 않고, 메모하는 사람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 골탕을 먹거나, 책임을 추궁당하거나, 잘못이 발각되거나, 해고당하는 일은 중간 부서 사람들이 은행으로부터 느끼는 대표적인 공포감이다.
“내가 일하는 은행에 대해서 당신이 가장 놀랄 만한 일은 은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이제는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계 내부자들의 이런 토로는 이 책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책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애초에 해결책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면 이 책의 제목이 <상어와 헤엄치기>가 됐을 리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