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든 해외든 대중음악 최후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수많은 걸작들이 발표되었으며, 이 걸작들이 거의 대부분 ‘엄청나게’ 팔린 마지막 호시절이란 의미다. 그 걸작의 목록 중에 바로 이 앨범,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를 최정상에 올려놓는 건 이제 일종의 상식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
얼마 전 몇몇 평론가와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OK Computer》 이후로 한정해서 이것보다 더 끝내주는 음반, 솔직히 있다고 생각해?” 그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이 앨범에 대한 나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받은 것 같아 행복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마니아와 비평가들은 적어도 지난 20년간 이 음반보다 영향력 있는 작품은 없었다는 데 동의한다. 이 앨범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멀리 갈 필요도 없다. 70년대의 더브(dub)와 디제이 섀도(DJ Shadow)의 작법을 끌어들인 <Airbag>, 라디오헤드판 <Bohemian Rhapsody>라 할 <Paranoid Android>만 들어봐도, 이 앨범이 ‘뭔가 다르다’는 걸 절감할 수 있을 테니까. 이 두곡이 좀 어렵다 싶으면 서정미 넘치는 <No Surprises>나 <Let Down> 혹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엔딩곡이었던 <Exit Music&>을 먼저 선택해 내성을 키우길 추천한다. 장르의 관습을 취했으나 전혀 관습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OK Computer》는 동시대에 겨룰 자가 없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혁신적으로 들린다는 측면에서, 《OK Computer》 앞에서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이라는 진부한 표현마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