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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 영화인들⑦] 제도 마련, 지금이 기회다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7-07-05

<야근 대신 뜨개질> 박소현 감독, <눈발> 조재민 감독, <용순> 신준 감독

조재민 감독, 박소현 감독, 신준 감독(왼쪽부터).

-다양성영화를 살리는 방법이 있다면.

=박소현_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야근 대신 뜨개질>이 개봉했다. G-시네마의 배급지원작으로 선정돼 경기지역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상영공간에 대한 절실함이 더 큰 것 같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제대로 지원받아 운영됐으면 한다.

=신준_ CGV아트하우스가 다양성영화 시장 안에서 차지하는 힘이 워낙 큰데, 다양성영화 내부에서의 힘의 불균형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재민_ 다양성영화에 한해 최소한의 상영기간 유지라든가 상영관 수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9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이지만 정권이 바뀌었으니 지금이 기회다.

-추천하고 싶은 다양성영화는.

박소현_ 최근에 <우리들>을 보고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아까 윤가은 감독을 만나 팬심을 드러냈다. (웃음)

신준_ 정지우 감독의 <4등>(2015). 영화의 관심이 수상권인 1, 2, 3등이 아닌 4등인 것부터가 다른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한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아이,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오는 빛과 자유자재로 놀던 아이에겐 실력도 성적도 아닌 ‘물이 좋다’가 가장 중요한 욕망인데, 그 과정에서 각 시퀀스는 아이가 느끼는 것들을 오롯이 따라간다. 정지우 감독님의 그런 선택과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조재민_ 오멸 감독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는 아름다워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비극이다. 그래서 오래 잊히지 않는다.

-각자의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고 배운 점은.

조재민_ 배우나 감독이나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눈발>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여서 처음엔 패기 있게 시작했지만, 결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서 좀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신준_ <용순>은 처음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영화였다. 제작비가 없으니 내가 운전해서 스탭들을 현장에 태우고 다녔다. 촬영 마치고 돌아오면 너무 졸린데, 한번은 스탭이 준 잠 깨는 약을 먹었다가 다음날 심장이 너무 벌렁거려 혼났다. 그렇게 일상은 수시로 망가졌지만 현장에서 배우와 스탭들을 보면 또 기쁘고 행복했다. 내가 영화를 이렇게까지 좋아했나 싶더라.

박소현_ 극장 상영이 거의 마무리된 현재는 내가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연애를 하나 끝낸 기분도 드는데, 썸 탈 때가 딱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제작지원도 받고 뭔가 되려나보다 하고 설레서 시작했는데, 다 만들고 떠나보내니 객관화가 되면서 다음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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