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마감인간의 music
[마감인간의 music] 프로디지, <You Can Never Feel My Pain>

진짜 힙합맨이 떠나다

새벽에 깨어 있던 나는 인터넷으로 커피머신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러다 습관적으로 켠 페이스북을 보고 문자 그대로 눈을 의심했다. 프로디지가 죽었다고? 프로디지가 죽었다. 맙 딥의 절반, 90년대 힙합의 아이콘, 뉴욕의 왕이 마흔을 갓 넘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힙합 팬에게 프로디지는 거의 영웅이었다. 나중에야 그의 키가 나보다 작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없었다. 이보다 삭막하고 황량할 수 없는 비트 위에서 프로디지는 늘 자신이 자라온 지독하게 위험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는 늘 거리의 진짜배기 사나이였고, 동시에 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다. 스무살 때부터 지속된 그 범상치 않은 어둡고 진지한 기운의 무게 뒤에는 그가 실제로 앓고 있는 병이 있었다. ‘sickle cell anemia.’ 우리말로 하면 겸상 적혈구성(性) 빈혈. 흑인의 유전병이자 불치병이었다. 프로디지의 병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투팍 때문이었다. 투팍이 자신의 노래 <Hit’em Up>에서 이 병을 조롱하며 프로디지를 디스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You Can Never Feel My Pain>은 이에 대한 프로디지의 뒤늦은 대답 같은 노래였다. 넌 절대로 내 고통을 알 수 없어. 이것은 첫 벌스의 가사다. “넌 지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울고 있는 거야? 그건 고통이 아냐, 감정일 뿐이지. 난 지금 육체의 영구적인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어.” 나는 그의 병을 잊고 살았지만 그는 내내 이겨내고 있었다. 때로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 때문에 눈물이 난다. 오늘따라 카톡이 여러번 울린다. 야, XX 어떡하냐. 우리 형이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