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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더 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
이주현 2017-06-22

<더 바>는 영문을 모른 채 바에 갇힌 8명이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사회가 그들을 격리시켰는데, 바에 갇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서로를 낙인찍고 의심한다. 스페인 장르영화의 거장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야수의 날>(1995), <커먼 웰스>(2000),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2010)에서 그랬듯 <더 바>에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를 조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영화나 개성 있는 작품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나는 ‘영화의 멸망’이라 표현하고 싶다.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았던 예전을 생각하며 이 영화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로 첫 질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더 바>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영화의 시작은 마드리드의 엘 팔란티노에 있는 바에서였다. 호르헤 게리카에 체베리아(<더 바>의 각본가)와 아침을 먹으며 <마녀 사냥꾼>(2013)의 각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바에 웬 미치광이가 들어와서 알 수 없는 말로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우리를 죽일 거라 생각했다. 그때 바 주인이 그의 뺨을 크게 후려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를 경험했다. <더 바>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각양각색의 인물 8명이 등장한다. 캐릭터를 구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연옥은 사람들의 죄를 씻어내는 곳이지만 그 죄를 씻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방불케 한다. 나는 바를 이런 연옥 같은 상태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테마 중 하나는 ‘적’인데, 사람들은 적이 외부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적이 당신 가까이에, 더 나아가서 당신 안에 존재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전혀 연관성 없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구축하고 극도의 대립 상태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젊은이를 대표하는 엘레나(블랑카 수아레즈), 현실을 즐기지 못하고 과거의 추억에만 젖어 사는 안드레스(호아킨 클리멘트)와 트리니(카르멘 마치), 힙스터처럼 보이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나초(마리오 카사스) 등을 통해 관객이 우리 사회의 일면을 봐주길 바랐다.

-이 영화엔 영웅적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 앞에서도 이성적 사고와 선한 마음을 보여주는 건 속물 같았던 엘레나가 거의 유일하다.

=엘레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한다.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엘레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유일한 캐릭터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 서로를 의심할 때 그녀는 오늘 만나기로 했던 데이트 상대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을 꿈꾼다. 그녀에게는 친절함과 타인에 대한 이해, 박애 정신이 있다. 나는 그녀를 통해 생존의 가장 큰 동력은 우리 가슴속에 있는 자기애, 믿음, 희망이고 더 나아가 그 잣대를 타인에게까지 적용시키는 관대함과 박애 정신에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그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사회에서 고립되는 생존자의 모습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엔딩은 <더 바>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마지막 생존자는 극한의 공포와 사투를 벌인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승자다. 하지만 하수구 밖 세상에서 그를 선뜻 도와주는 사람은 헐벗은 그에게 옷을 건네주는 단 한명밖에 없다. 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은 여전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거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동명의 이탈리아영화가 원작인데, 이것을 마드리드의 분위기에 맞게 녹여내려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함께하고 싶었던 배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와 작업하게 돼 행복했다. 스페인에서는 올해 개봉이 목표고, 한국에도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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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앤비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