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모두 주인공의 환각이었다는 식의 반전은 흔하다. <우먼 인 캐빈 10>은 처음부터 이같은 의심을 하게 만든 후 시작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자꾸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은 정말 망상에 지나지 않을까? 여행잡지 기자 로라 블랙록의 집에 라텍스 장갑을 낀 강도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패닉 상태의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이미 예정돼 있었던 초호화 부티크 크루즈선 ‘오로라 보리 알리스호’의 첫 항해에 참여하게 된다. 로라는 바로 옆칸인 10호실의 핑크 플로이드 셔츠를 입은 여성에게 메이블린 마스카라를 빌린다. 그날 밤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로라는 핏자국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10호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핏자국도 사라졌으며, 승무원들은 10호실에는 원래 투숙객이 없었다고 말한다.
로라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모든 것이 그녀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호흡의 미스터리는 이를 뒤집으며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은 크루즈라는 폐쇄된 공간으로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을 도는 5일간의 일정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밀실 살인사건에 뿌리를 두는 것이다. 기시감이 드는 설정을 개성 있게 만드는 것은 현대적인 포맷의 글을 미스터리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로라 블랙록의 연인 주다 루이스가 보낸 이메일, 주다 루이스의 SNS, 노르웨이 유람선에서의 실종사건을 전하는 뉴스 등 다양한 포맷의 글을 챕터의 마지막에 배치했다. 이들은 챕터가 다루는 시점보다 뒤에 벌어진 일을 미리 보여주며, 때로는 충격적인 내용을 제시해 독자의 추리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우먼 인 캐빈 10>은 리더 위더스푼이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로 데뷔한 루스 웨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우먼 인 캐빈 10> 역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망상이라는 의심
옆 선실 베란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이 튀었다. 작게 첨벙 튀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이것은 보통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몸이 수면에 부딪힐 때 나는 그런 소리이다.(114쪽)
인지 행동요법, 상담, 심리치료… 무엇도 약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친구인 리지는 약으로 감정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무섭다고 했다. 내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약을 먹는다는 것이 두렵다고, 그렇지만 내게는 약을 먹는 것이 화장하는 것과 비슷했다. 변장이 아니라 내 원초적인 모습을 감추고 나를 더 나답게 만들었다. 나를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주었다.(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