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북엔즈는 상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다. <넛셸>은 <속죄>의 이언 매큐언의 신작으로 철저한 취재를 통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던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오로지 상상에 기댄 전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다. <악마의 증명>은 현직 변호사 겸 장르 소설 작가 도진기의 단편집으로, 실제 법조계에서 일하는 필자가 담아내는 디테일이 다방면에 녹아 있다. <우먼 인 캐빈 10>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환상인지 실제인지 계속 독자를 혼란케 한다. 마지막으로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는 현직 변호사가 전·현직 법조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말한다.
<넛셸>은 어머니와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을 알게 된 태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듣는 것만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실존적 고민을 할 만큼 성숙해질 수 있음을 전제하는 비현실적 설정을 장편소설에 담아낼 수 있을까. <속죄>의 이언 매큐언처럼 성실함과 기교를 두루 갖춘 작가에게는 가능하다.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화자의 넓은 학식이 돋보이는 서술은 <넛셸>이 주는 가장 큰 재미 요소다.
<악마의 증명>은 전직 판사 겸 장르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도진기의 단편집이다.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출간됐던 일곱편의 단편과 미발표 신작을 묶었다. 현직자가 보여줄 수 있는 전문직 세계의 디테일을 장르 소설에 효과적으로 이식해냈다. 법정물을 넘어서서 다양한 배경과 장르에 도전해온 작가의 지난 작품 활동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먼 인 캐빈 10>은 지난해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로 많은 호평을 받으며 데뷔한 스릴러 소설 작가 루스 웨어의 신작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을 도는 크루즈선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다룬다. 여행잡지 기자 로라 블랙록이 투숙한 방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베란다를 통해 핏자국을 보게 된다. SNS, 인터넷 기사 등 지금 시대에 새로 나타난 형태의 글을 추리소설에 이식해 다양한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추적하게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는 <정봉주의 전국구>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인 최강욱 변호사가 긴 검찰 출입 경력을 가진 <한겨레> 선임기자 김의겸, 검사 출신 국회의원 금태섭, 판사 출신 법조인 이정렬, 변호사 김선수와 나눈 대담을 모았다. 검찰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실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코멘트를 통해 진짜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