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출산을 석달 앞두고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4주>
이화정 2017-06-14

24주는 임신 6개월차를 말한다.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아스트리드(줄리아 옌체)는 출산을 석달 앞두고 아이가 염색체 이상으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93년 이래, 낙태가 합법화된 독일 사회. 판단은 전적으로 아스트리드와 남편, 즉 아이 부모의 몫이 된다. 영화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아스트리드가 이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면서 고통스러워하며 겪는 심경의 변화를, 근접 거리에서 면밀하게 관찰해나간다.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문제가 있는 아이를 미리 알 정도의 의학은 발달한 세상.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판단이 아이의 의지가 아닌 ‘부모에게 떨어진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출산 문제로 감정이 격앙된 아스트리드가 무대에 서는 장면이 있다. 꽉 들어찬 객석의 얼굴들은 이미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선의 중심에 선 아스트리드는 그들을 웃겨줄 책무가 있다. 이렇게 영화는 시종 유명 코미디언으로서의 삶과 개인의 불행을 짊어진 한 여성을 비추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을 조율해나간다.

갈등의 고조는 남편과 함께 모든 걸 결정하던 아스트리드가 결국 아이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생명체이자 자신이 결정하고 감당해야 할 문제임을 느끼면서부터다. 아스트리드는 “같은 처지의 여자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는 타인의 시선과 “앞으로의 커리어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속박될 수 없다는 부담 속에서 고통을 감내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스트리드의 선택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만드는 수작이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독일예술영화조합상 수상.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