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는 언제나 난항이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스스로 공언한 고위 공직자 5대 배제 원칙인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라는 다섯개의 허들은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파격과 감동의 인사였지만 청문회 통과가 한명 한명 쉽지 않다.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19대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 한명이 강간 모의를 고백했던 자서전 내용이 알려져 대중에게 크게 질타를 받았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공직자의 상은 최소한 인권의식을 갖춘 인물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문제되는 인물들이 몇명 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다고 알려진 탁현민씨는 본인이 쓴 책의 내용으로 구설에 오르자 이렇게 사과했다.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합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상처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책에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성관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썼는데, 이런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으로 축소될 수 없는 문제다. 콘돔 거부는 원치 않은 임신을 조장하고 성병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여성인권과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 남성들이 콘돔 사용을 유난히 거북해한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 문제를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인권의식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한국에서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휴대폰을 뒤지고 함정수사를 하는 등 셀 수 없는 인권침해를 자행하면서 ‘색출된’ 동성애자 군인은 30여명에 달한다. 그중 한명이 5월 24일 군사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지휘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동성애자 색출 지시 사실이냐”는 질문을 하는 기자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군인이 민간인의 손목을 비트는 일이, 그것도 육군참모총장에게 질의하는 민간인 기자의 손목을 비트는 일이 만천하에 사진으로까지 남겨졌다. 민주정부에서 목격할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장면이 아닌가.
분명히 문제를 일으켰고, 대중이 그것을 목격했는데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61년 피그스만 침공이 실패로 끝난 후 케네디는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실수(error)를 시정하기를 거부하지 않는 한 과오(mistake)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연설 후 케네디의 인기는 치솟았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다만 문제를 파악하고 기준을 다시 만들고 책임지는 모습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더 나은 세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