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이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나 보다.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인디포럼 2017 신작전 경쟁에서 단 한편의 장편극영화도 뽑히지 못했다. 응모작 편수가 적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올해 출품된 영화들은 1041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우선 영화제 구조 탓이 크다. 다른 국제영화제들은 장편극영화에 특정 프로그램들이 있어 최소한의 정족수를 채워야 하지만, 인디포럼의 경우 다큐멘터리, 단편, 장편, 애니메이션 등 매체 형식의 차이 없이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장편극영화가 없는 비상사태가 빚어지곤 한다.
물론 모호한 균형보다 확실한 미학적 지향에 방점을 찍는 패기는 박수를 칠 만한 일이지만 이런 식의 절대평가는 상대적 빈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안타까운 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은 관뒀지만 10여년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게 황폐화된 장편 독립영화를 어떻게 활성화할까 하는 문제였다.
젊은 상상력의 단편영화들은 활어처럼 뛰어오르고,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미학적 정체로부터 벗어나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독립 장편영화들은 인디포럼에서 단 한편도 상영할 수 없는 불모의 사막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동안 심사했던 사람들은 장르영화에의 경도 또는 아마추어리즘, 이 두 가지 편향 사이에 유의미한 영화적 궤적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공통되게 지적해왔다. 요컨대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독립영화 극장 개봉이 현실화된 2007년 전후만 해도 ‘독립영화 시장’에 대한 희망이 진단되고, 주목할 만한 영화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 몇편의 성과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정체되었다. 문제는 ‘독립 장편영화’의 재생산 구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영화 제작 편수의 60%를 독립영화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 시장은 고작 1%밖에 되지 않는다. 열악한 제작 환경, 손바닥만 한 배급 경로 등 버텨낼 재간이 없다. 비빌 언덕이 없으니 미학적 실험을 시도할 최소한의 건덕지도 없을 터다. 젊은 감독들은 아예 오지도 않고, 설령 왔다가도 바로 상업영화판으로 떠나버렸다.
이것이 정확히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경유하며 벌어진 독립영화 ‘공동화 현상’이다. 코드인사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진흥이 아니라 검열을 하며 독립영화계 멱살을 잡고 흔드는 사이, 독립영화계가 1천편이 넘는 영화계 기초 생산력을 버겁게 감당하고 있는데도 상업영화계는 그 성과만 수렴하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 독립 장편영화들은 1% 시장 안에서 게토화된 채 고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1천편이 넘는 독립영화들 중 단 한편의 장편극영화도 상영할 수 없는 풍경, 한국영화의 음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징후 같아 서글프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