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의 바다>

이주와 경계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디아스포라영화제가 5월 26일(금)부터 30일(화)까지 5일간 인천아트플랫폼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영화제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영화제 개최 기간이 예년보다 늘었고, 33개국 50편가량의 작품이 초대 돼 내실도 다졌다. 또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를 설정해 소개하는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 등 심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

개막작은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여성 린과 곧 호주로의 이주를 앞둔 대학생 연희의 만남을 그린 김정은 감독의 단편 <야간근무>.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사람의 상황을 통해 젊은 세대의 이주 현실을 짚는다. 폐막작은 김정근 감독의 단편다큐멘터리 <노웨어 맨>이다. 파키스탄 출신 난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들이 처한 현실을 환기하는 형식 안에 담았다.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은 ‘난민’과 ‘여성’을 키워드로 포문을 연다. 그 첫번째 포커스 ‘난민: 환대와 연대’ 부문에는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지안프랑코 로시의 <화염의 바다>, 내전을 피해 중국 국경을 넘은 소수민족을 다룬 왕빙의 <타앙-경계의 사람들> 등 1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난민 이슈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조명하며 환대의 어려움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엘리나 히르보넨의 다큐멘터리 <보일링 포인트>, 튀니지의 독립영화감독인 알라 에딘 슬림의 영화로 난민의 여정을 실험적으로 묘사하여 2016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최우수신인상을 받은 <마지막 존재>등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타앙-경계의 사람들>

두 번째 포커스 주제는 ‘사라지는 여자들: 이주/노동/여성’으로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 <호스트 네이션> <이태원>을 비롯해 총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홍콩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매주 일요일 이주여성 미인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선데이 뷰티 퀸>, 중국 마천루 홍보를 위해 건축물 곁에 마네킹처럼 배치된 모델이 되기로 한 외국인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것들을 7년에 걸쳐 담아낸 다큐멘터리 <꿈의 제국> 등의 상영작을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노동의 관계를 탐색할 기회를 마련한다.

신설된 또 다른 부문, ‘아시아 나우’는 한국에 거주 중인 아시아인을 위해 마련된 섹션으로 올해는 베트남이 첫 번째 주빈국으로 초대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싱글탈출 대작전>, 판타지 사극 <천하대전: 왕좌의 전쟁> 등 베트남 장르영화를 마주할 드문 기회다.

‘디아스포라 월드’ 섹션에는 2017 아카데미 최우수다큐멘터리상에 노미네이트된 라울 펙의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2016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리티판의 <추방자> 등 세계적인 화제작 13편이 포함되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섹션에는 재일한국인 3세 감독 현우민의 자전적 영화인 <오하마나>를 비롯,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통해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를 조망한 세편의 단편다큐멘터리 등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