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장가의 5월, 자국영화로는 유일하게 흥행 순위 5위권에 진입한 작품이 있다. 프란체스코 부르니 감독의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Tutto quello chev uoi)이 바로 그 영화다.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잔잔하게 자극하는 이 영화는 자극적인 소재나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가진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배짱 만만한 청년 알렉산드로가 영화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로마의 심장 트라스테베레에 산다. 이웃집 노인 조르조는 85살의 대중으로부터 잊힌 시인이다. 어느 날 알렉산드로는 소일거리로 조르조의 산책 도우미를 맡게 된다. 노인의 기억은 오락가락한다. 그는 현실보다는 과거의 한 시점에 머물며 그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알렉산드로는 보물찾기를 하듯 그 기억에 전폭적인 관심을 쏟으며 머나먼 노인의 기억 속으로 함께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는 프란체스코 부르니 감독이 치매를 겪는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며 만든 영화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토스카나에 진입한 미국 군인들이 이탈리아 북쪽으로 진격하는 기억을 되풀이하며 살아갔다. 치매를 앓는 노인 캐릭터를 등장시킴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매력적인 노년의, 시인의 감성을 잃지 않게 하는 영화”로 이 작품을 완성하고 싶었던 건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애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은 그렇게 프란체스코 부르니 감독이 “온몸으로 체감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프란체스코 부르니 감독은 1991년 <콘도미니오>로 다비드 도나텔로 영화 각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후 파올로 비르지 감독의 영화 각본을 주로 집필한 그는 2011년 <샬라>를 연출했으며, 감독으로 데뷔한 지 6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각본을 쓰고 감독이자 국립영화학교 교수로 활동하는 그의 행보에 관객은 예의 주시하며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