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문 스푼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의 주장(<씨네21> 1101호 ‘포커스’,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에 대한 필자의 반론(<씨네21> 1103호 ‘포커스’, “남 탓하지 마시라”)과 이에 대한 전영문 프로듀서, 서은정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재반론(<씨네21> 1104호 ‘포커스’, “섣부른 봉합 대신 민주적 토론이 필요하다”(전영문), “공론화 요청, 무엇이 문제인가?”(서은정), “영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박경신))에 다시 답한다.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의 이익을 위한 ‘전략’을 한국영화계 전체를 위한 객관적 해결책인 양 포장”(서은정)한다는 주장이나 “입장과 의견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데, “한줌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전영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필자가 지난 3년간 ‘<씨네21> 한국영화 블랙박스’에 기고한 원고만 훑어보아도 될 일이니 말이다.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제안과 사전실무모임이 공론화를 필요로 한다고 판단한다면 공론화를 하시라. 이미 밝힌 “민간 협약의 제도화”라는 산업전략에 대한 평가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의 비판은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공론화를 막는 태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경신의 “한국의 영화시장은 독과점 상태가 아니다?”라며, “최근 행보를 보면 실수였는지 걱정스럽다”는 지적은 심히 고약하다. 2013년, 2014년, 2015년 “한국영화동반성장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행한 주체로서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하겠다. 2014년 보고서 각주5에서 “HHI 지수(시장의 집중도, 즉 과점의 정도를 산술적으로 평가하려는 지수)가 1800 이상일 경우 과점 시장, 4000 이상일 경우 독점적 시장”이라 표기한 것은 사실이나 오타일 뿐이다. 이미 2015년 6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공청회에서 박경신의 동일한 지적에 대해 오타임을 박경신 본인에게 확인해준 바 있다. 본문에 “HHI는 통상 1800 이상일 경우 독과점으로 보고 있”으며, “2000 이상으로 독과점 지표를 상회”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의도하지 않은 오타임을 인정했으며, 이를 “한국의 영화시장은 독과점 상태가 아니다”라고 읽은 박경신 본인이 오독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2015년 보고서에는 이를 정정했다. 이 건을 재탕하는 이유가 마찬가지로 의도가 있다고 읽어야 할까? 박경신의 “실수였는지 걱정스럽다”, “의미가 없는 영화별 HHI지수”라는 지적은 수요 측면의 관객집중도와 공급 측면의 상영회차 집중도간의 비교를 위한 별개의 분석이었다. 이를 통해 매년 12%포인트 정도 관객집중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과연 의미가 없는 것인가? 또한 본인이 “동반성장이 되고 있다”고 어디에서 밝혔나? “여러 성과”와 “많은 변화”를 말했을 뿐이다. 제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마시라.
박경신의 배급과 상영의 분리 주장과 관련하여, 지면 관계로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첫째, 배급 시장을 독과점 시장으로 판단할 때 “한국영화”만을 대상으로 대기업의 독과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나 외국영화나 관객 입장에서는 대체 가능한 선택 대상일 뿐이다. 국적을 기준으로 시장을 획정하는 것은 배급시장의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온전한 지표가 아니다. 배급시장의 독과점 지표는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자간의 상당한 점유율 지표 차이가 갖는 산업적 의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사 또는 계열사 영화에 대해 상영기회를 몰아주는 부당지원을 하면서 더욱 비계열사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잠식시키고 있음. 이와 같은 약탈적인 거래관행의 성립을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영화상영업자인 경우 영화 배급·상영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개정안 제안 이유)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는데, “계열사 영화 밀어주기는 해당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핵심으로 보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박경신의 주장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입장 정리 좀 해주시라. 극장 독점을 기반으로 하는 약탈적 거래관행이 문제라면 논리적으로 극장의 독점을 규제(예컨대 특정 극장의 점유율 제한이나 직영-위탁 분리 등)하는 것이 맞다. “CJ+롯데의 자기거래를 통한 ‘약탈적인 업계표준’의 성립-VPF, 무료입장권, 한국영화 부율차별”(박경신, 2016. 10)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CJ, 롯데의 VPF 문제로 한정할 경우, 한국영화 동반성장협의회를 통해 이미 해소된 사안이기도 하다. 영화산업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정책 대안 및 획득 목표, 어느 하나 일관되지 않고 자기모순적이다. 법원의 판단에 덧붙여 이러한 비판적 이해를 밝히는 것조차 문제라 할 것인가.